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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노량대교, ‘새 다리 마케팅’을 고민하라-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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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와 하동, 하동과 남해는 누가 뭐라 해도 이웃사촌이다. 오랜 세월 동안 국회의원 선거구를 같이 하고 있다. 이런저런 관계로 협력을 통해 우의를 나누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이웃으로 지내왔다. 그런 두 지자체가 현재 상당히 불편한 분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갈등은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새 다리의 명칭이 배경이다. 두 지자체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인 다리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난 9일 하동과 남해를 연결하는 새 다리의 명칭을 ‘노량대교’로 결정했다. 새 다리는 지난 73년 준공돼 노후된 남해대교를 대체해 500m 떨어진 곳에 건설되고 있다. 두 지자체는 교량 명칭을 두고 대립해오다 지난해 10월 경남도지명위원회 개최를 전후해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경남도지명위는 결국 세 차례 회의에도 결론을 못 내렸다.

    지명 결정과 관련한 규정에는 불복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6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제2남해대교’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남해군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지난 20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남해군공동대책위의 대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지명의 최고결정기관이 결정한 노량대교라는 명칭은 현재로서는 부인하기 어렵다.

    새 다리 명칭 결정에 두 지자체의 갈등이 증폭된 데는 경남도의 역할 부재가 한몫했다. 전국 여러 곳에서 명칭과 관련한 갈등이 있었지만 광역지자체의 중재로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가 없지 않다. 전북 군산과 충남 장항읍을 잇는 군장대교는 8년 갈등 끝에 전북과 충남도의 노력으로 ‘동백대교’로 결정됐다. 전남 여수시와 고흥군을 잇는 ‘팔영대교’ 역시 두 지자체의 갈등에 대해 전남도의 조정 노력의 결실이다. 그에 비하면 경남도는 남해와 하동 두 지자체의 눈치만 보다가 결정을 못한 채 국가지명위로 떠넘겼다. 갈등의 조정자가 아닌 방관자인 셈이다.

    노량대교라는 명칭 결정까지가 두 지자체의 1라운드 경쟁이었다면 남해군의 결정 불복으로 이제 명칭은 2라운드를 맞았다. 2라운드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는 없지만 두 지자체가 명칭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행정적이고 법률적인 부분은 관련 기관에 맡기고 지금부터는 새 다리를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른바 ‘새 다리 마케팅’ 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해대교가 지난 73년 준공 당시 명물이었다면 노량대교 역시 그에 못지않게 명물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로 경사 주탑에 입체형 케이블로 시공한 공법만 해도 큰 자랑거리이다. 여기에 노량대교라는 이름의 근거인 충무공 이순신의 노량해전이 펼쳐진 역사적인 장소이다. 노량대교 인근에 충무공을 기리는 충렬사가 있고,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충무공의 유해를 육지로 올린 장소인 관음포에 조성한 이순신순국공원이 가까이 있다. 노량대교와 충무공 유적지를 연계한 마케팅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

    두 지자체의 갈등으로 인해 오는 9월로 예정된 노량대교의 준공 때 의미 있는 준공행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노량대교가 오랜 이웃인 두 지자체를 상생과 발전으로 이끄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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