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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계절- 최달연(경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 기사입력 : 2018-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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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음력 2월은 바람의 달이다. 봄이 되면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봄에 부는 바람에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담겨 있다. 겨울동안 말라 있던 나무가 봄에 싹을 틔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뿌리 끝부터 가지 끝까지 영양분을 보내줘야 한다. 그 역할을 봄에 부는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서 운동을 시킴으로써 영양분을 나무 끝까지 공급하게 된다. 나무가 바람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정말 희한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바람이 생기는 진짜 이유는 기압차 때문이다. 또 기압차는 온도가 관여한다. 똑같은 온도라 하더라도 열을 받는 물체의 열용량에 따라 주변 온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바람이 생기게 된다. 이렇듯 자연도 알고 보면 과학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세상 만물은 자연의 과학적 원리보다 자연 그대로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서는 음력 이월 초하루가 되면 집집마다 바람을 올렸다. 조상들은 대부분의 자연 변화를 미신과 연관시켜 안녕을 빌었다.

    세시풍속 중의 하나인 바람 올리기는 영등할멈이라고 하는 바람과 비를 일으키는 신을 달래기 위해 지내는 민속 의례였다. 영등할멈이 땅에 내려올 때 며느리와 딸을 데리고 오는데 딸을 데리고 오면 치맛자락이 너울거려 딸이 예뻐 보이라고 살랑바람을 일으키고, 며느리는 밉게 보이라고 비바람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릴 때 본 기억으로는 할머니께서 물그릇과 떡과 나물 몇 가지를 차린 상 앞에서 얇은 종이를 불에 살라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때 불이 붙은 종이가 아무 탈 없이 올라가면 바람이 적어 풍년이 들고 바람에 날리거나 땅에 떨어지면 비바람 때문에 농사가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겠다는 순수함과 아무 탈 없이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바람(冀)이 담겨 있는 풍속이다.

    봄에 부는 바람은 생명의 싹을 틔우는 반가운 바람이다. 영등할멈이 올해는 풍년바람을 몰고와 우리 모두에게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신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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