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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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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운동부, 스포츠클럽으로 전환

우려 “엘리트체육 기반 무너질라”
기대 “학생이 즐기는 스포츠 정착”

  • 기사입력 : 2018-02-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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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엘리트 선수 위주로 운영해온 초등학교 학교운동부를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해 학생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운동부 혁신안을 26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학부모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정착된 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반응이지만, 일부 학교운동부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은 우리나라 스포츠를 지탱해온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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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도교육청 혁신안= 그동안 학교체육이 운동부 학생 위주로 움직이면서 학교운동장 사용 등 모든 체육환경에서 일반 학생들이 배제되는 불만과 함께 학생선수의 잦은 대회 출전에 따른 수업 결손과 입시 및 스카우트 비리, 학부모의 지나친 경비부담 등으로 학교운동부의 스포츠클럽 전환에 대한 목소리는 예전부터 제기됐다. 더구나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듣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면서 부상 등으로 운동을 그만둘 경우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또 선진국에서는 이미 엘리트 선수 위주가 아닌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즐기는 운동이 정착이 되면서 우리나라의 스포츠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경남도교육청의 이번 혁신안은 이 같은 문제를 바탕에 두고 성적에만 매달리는 엘리트 위주 학교운동부를 원하는 학생 누구나 스포츠클럽에서 자유롭게 운동하며 즐기고, 우수한 실력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고등학교부터 특기생으로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다. 학교 운동부가 아닌 스포츠클럽에서 기량을 키우고, 클럽 활동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 가운데서 엘리트선수를 육성해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 운동부를 스포츠클럽으로, 중학교는 시범운영을 거쳐 2021년부터 전면 전환키로 했다. 또 학교운동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교와 학부모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영비를 차등 지원하고, 학교운동부의 비리가 발생할 경우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해 교기 지정을 취소하는 한편 금품과 폭력 등에 관련된 지도자는 영구 제명키로 했다.

    ◆우려 반 기대 반= 도교육청의 혁신안에 대해 엘리트체육 지도자와 선수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제일 크다. 모 초등학교 축구부 A감독은 “지금까지 학교운동부를 통해 엘리트체육을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이 된 것이다”면서 “스포츠클럽을 하게 되면 훈련 집중도에서 떨어지게 돼 지금과 같은 스포츠 강국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선수를 둔 학부모는 “어차피 운동을 직업으로 할 생각으로 선수를 하는데, 일반 학생들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지 못하게 돼 우수 선수로 성장하기 힘들게 된다”고 불안해했다.

    도내 엘리트체육 원로는 “취지는 좋지만 시기가 빠른 것 같다. 학생수가 줄어 선수등록 인구도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스포츠클럽으로 운영하면 일부 인기 종목에만 몰리고 비인기 종목은 더 설 곳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초·중학생 때 이미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아이들이 스포츠클럽을 통해 건강도 다지다가 재능이 발견된다면 전문선수로 키울 수도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스포츠클럽을 운영해도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고 스포츠클럽 전환을 반겼다.

    일각에서는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면 엘리트체육 기반이 무너져 소년체전 등에서 성적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최병헌 체육건강과장은 “소년체전에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가 참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서 실력이 뛰어난 엘리트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할 수밖에 없어 성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경남도교육청은 앞으로 즐기며 땀 흘리는 스포츠를 지향하기 위해 스포츠클럽을 도입하는 만큼 성적지상주의와 경쟁에서 벗어나 소년체전에서 성적 여부를 묻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망=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학교운동부도 축구, 야구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선수단을 구성하지 못하는 종목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스포츠클럽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건강권도 챙기고 엘리트선수 수급도 하는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단연 돋보였던 여자 컬링팀은 엘리트선수 출신이 아니라 스포츠클럽을 통해 탄생했다. 또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엘리트체육보다는 생활체육이 대세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했고, 시대적인 흐름에 맞게 선수등록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한체육회는 ‘장기적으로 전문선수, 동호인선수 구분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추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외에도 제주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 상당수 시도교육청이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공감하며 다각적인 정책을 펴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체육 관계자들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엘리트 위주 학교운동부의 스포츠클럽 전환은 우리나라 스포츠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갈등과 시행착오 등이 있겠지만, 일선 학교에 안착하기까지 2~3년의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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