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인간과 환경 시즌2] (10) 인간·자연 위협하는 폐광산

하천에, 논밭에, 몸 속에 천천히 스미는 공포

  • 기사입력 : 2018-03-02 07:00:00
  •   

  • 지난 2004년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 폐광산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중금속 중독에 따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타이이타이병은 지난 1960년대 말 일본의 한 구리광산에서 유출된 광산폐수에 노출된 농산물과 식용수를 장기간 섭취한 인근 주민들이 걸리면서 알려진 공해병이다.

    이 병은 카드뮴이 체내에 들어와 혈류를 타고 간과 신장으로 확산하면서 골연화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뼈가 약해져 조금만 움직여도 부러지는 등 큰 고통이 수반된다. 당시 정부가 꾸린 민관공동조사단이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행히 일본 환경성에서 정의한 이타이이타이병의 진단 기준인 ‘신장세뇨관 손상이 수반된 골연화증 및 골다공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광산 일대 거주민들의 혈액과 소변에서 다른 지역의 주민들보다 높은 카드뮴이 검출됐고, 소변의 카드뮴 농도가 높을수록 골밀도가 감소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골다공증 유병률도 높았다. 무엇보다 폐광산이 원인이 돼 인근 경작지·농작물·지하수 등 생활환경이 카드뮴에 오염된 것이 확인되면서 폐광산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했다.

    메인이미지
    1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고암리 폐금속광산./성승건 기자/

    ◆경남 폐광산 수백 개=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도내에서 확인된 폐광산은 338개소이다. 도내 전체 광산(445개소)의 3분의 2가 넘는다. 전국적으로도 광산의 80% 이상은 폐광산(4677개소)이다. 이는 앞서 2009년과 비교하면 경남의 경우 164개소→338개소로 불과 10년도 안 돼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치가 증가한 이유는 폐광산이 산속에 위치한 데다 광산 채굴이 중단된 이후 대부분 그대로 방치돼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개발돼 정확한 기록조차 남지 않은 광산은 문제 발생 이후에야 발견되는 탓에 숨은 폐광산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광산은 상당수가 해방 이전에 개발됐다. 일본이 산업연료 및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광산을 채굴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에는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1980년대에 광산개발이 활발했지만, 1990년대 이후 산업구조와 에너지 소비 패턴이 변하고 저렴한 수입 광산물이 유입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대부분 폐광된 것이다.

    도내 지역별 폐광산 수는 서부·동부 경남에 큰 편중 없이 분포해 있다. 종류는 대부분 폐금속(금·은·동·아연·중석·철 등)과 폐비금속(납·고령토·규사·석회석 등) 광산으로 각각 166개소, 171개소이다. 폐탄광(석탄)은 산청군 중촌리의 1개소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메인이미지

    ◆다양한 광산 피해= 문제는 폐광 이후 중금속 성분이 함유된 폐석, 광물찌꺼기(광미) 등 광산폐기물과 폐갱도, 폐시설물이 적절한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광해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광산안전법은 광해(鑛害)를 “광산에서의 토지의 굴착, 광물의 채굴, 선광(選鑛) 및 제련 과정에서 생기는 지반침하, 폐석(廢石)·광물찌꺼기의 유실, 갱내수(坑內水)·폐수의 방류 및 유출, 광연(鑛煙)의 배출, 먼지의 날림, 소음·진동의 발생으로 광산 및 그 주변 환경에 미치는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광해는 각종 중금속에 오염된 갱(광물을 파내기 위해 땅속을 파 들어간 굴)내수가 밖으로 유출돼 인근 하천을 오염시킨다. 중금속에 오염된 하천은 곧바로 인근의 경작지 등 토양의 오염을 유발한다. 갱구 밖에 적치된 광산폐기물이 붕괴돼 하천이나 토양으로 유실되면서 오염을 일으킨다. 또 광산 개발에 따른 벌목 등으로 산림이 훼손되거나 채굴로 지반이 약해져 침하될 우려도 크다. 폐광산이 위치한 산은 광산페기물로 인해 나무 등 식생이 고사해 산사태를 부르기도 한다. 폐광산이 아닌 가행광산의 경우에도 채광된 광물을 파·분쇄하는 과정에서 비산먼지와 소음을 유발해 피해를 끼친다.

    광해를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이하 광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 도내에서 크고 작은 광해가 발생한 폐광산은 169개소(폐금속 109·폐비금속 60)로 집계됐다. 이 중 광해공단이 2006년 설립된 이후 광해 규모와 위해성, 시급성 등에 따라 광해방지사업(공사·설계·조사)을 추진한 폐광산은 72개소이다. 72개소는 모두 폐금속광산으로, 토양오염 등 발생한 광해는 토양 및 수질오염·지반침하·폐석 및 광미유실·산림·폐시설물 등 76개이다.

    메인이미지

    ◆가장 큰 문제는 중금속 오염= 폐금속광산이 특히 문제되는 이유는 비소, 카드뮴, 구리, 납 등의 유해한 중금속을 유출하기 때문이다. 중금속은 분해가 잘 되지 않는 물질로, 고농도로 환경에 축적될 경우 동식물의 생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중금속에 오염된 물과 작물을 사람이 장기간 섭취하면 질병이 생기거나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금속광산은 소량의 광물을 추출하기 위해 많은 양의 원광을 채굴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폐석과 광미가 발생한다. 폐석·광미는 광산 주변에 보통 쌓아놓는 탓에 비가 내리면 산성작용으로 중금속이 배출돼 인근 토양, 지표수, 지하수로 유입된다.

    폐광산 지역 토양오염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환경부가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도내의 폐금속광산 55개소에 대한 토양오염실태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55개소 중 1개소를 제외한 모든 광산 및 인근 지역에서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 항목들을 확인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임야, 논, 밭, 광산 등은 361필지에 달했다. 농림식품축산부가 지난 2008~2017년까지 진행한 도내 폐광산 지역 농산물 안정성 조사에서는 부적합 판정 건수가 90건에 이르기도 했다.

    ◆광해 방지는 어떻게?= 광해방지사업은 광해공단이 전담한다. 지난 2005년 제정된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폐광산 관련 업무는 정부의 여러 부처가 분담하고 있다. 환경부는 폐광산 지역 토양오염실태조사를 진행해 조사 결과를 광해공단과 농림식품축산부에 통보한다. 농림식품축산부는 농산물 안정성 조사를 통해 오염농산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한다. 광해공단은 해당 자료를 참조해 광해실태조사를 진행하고, 5년 단위로 광해방지기본계획을 세워 우선순위를 따져 토양개량복원·수질개선·산림복구·폐석유실방지·광미유실방지·지반침하방지·폐시설물철거 등의 광해방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 비해 광산 수가 많은 점이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광해공단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해야 할 곳은 많은데 예산이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광해가 가장 심한 곳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광해방지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안대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