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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03-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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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학교 시절, 학기 말이면 학생들은 최후의 심판을 받듯 비장한 마음으로 통지표를 받아들었다. 수우미양가. 빼어날 수(秀), 넉넉할 우(優), 아름다울 미(美), 훌륭할 양(良), 옳을 가(可). 뜻으로만 보자면 어떤 걸 받아도 부끄럽지 않아야 할 성적이다. 하지만 ‘양’이나 ‘가’를 받고 기분 좋은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에게 수우미양가는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못함, 매우 못함의 다른 말일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곧 경쟁이다. ‘남보다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워 점수를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에 익숙해진 탓이다. 하지만 지식을 욱여넣기 바쁜 공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공부가 즐거울 리 없다. 1등을 향해 달릴 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자기 성찰 없이 성적이 전부인 공부. 때문에 학생들은 성적이 시들시들(C나 D학점)하거나 후들후들(F나 D학점)거리면 열등감에 시달린다.

    ▼유럽 대학의 학생 평가방식은 대부분 절대평가다. 라틴어인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최우등), 마그나 쿰 라우데(Magna cum laude·우수), 쿰 라우데(Cum laude·우등), 베네(Bene·좋음)로 성적이 표기된다. 단어가 모두 긍정적이다. ‘잘한다’는 연속선상에서 ‘전보다 더 잘하는 것’에 평가의 초점이 맞춰진다. 그들에게 성적은 남들과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살피는 것이다.

    ▼입학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꿈이 열리고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시기다. 좌절과 절망의 순간도 언젠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학생들 스스로 ‘숨마 쿰 라우데’라는 자존감을 갖고 공부하길 바란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논 스콜래 세드 비태 디쉬무스(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 공부한다). 성적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기억하자. 우리는 존재만으로 이미 ‘숨마 쿰 라우데’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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