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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석의 사랑길’ 불종로에 테마와 스토리 입히자- 서익진(경남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8-03-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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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종로는 마산 원도심의 중심가로이어선지 원도심 재생 사업에서 항상 중요한 대상이었다. 막대한 공공자금을 들여 전선 지중화 사업을 했고, 얼마 전에는 포장도 새로 했다. 불종로를 가로지르는 교방천은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불종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못했고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보고 싶거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백석(白石; 1912~1995)은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최고의 시인이자 가장 한국적인 시인으로 평해진다. 백석과 마산 불종로는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백석은 절친의 결혼 피로연에서 만난 통영 출신 ‘란’(그가 자신의 이상형을 지칭하는 명칭)에게 첫눈에 반한다. 1936년(25세) 1월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마산을 거쳐 통영으로 갔다. 열차로 서울을 출발해 삼랑진을 거쳐 구마산역(현재의 육호광장 자리)에서 내려 불종로를 지나서 마산 어시장 모 객주 집에 일박한 후 구마산 선창에서 통영행 연락선을 타고 돝섬과 무학산을 바라보며 괭이바다를 지나갔다. 아쉽게 그의 구애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 남행 사랑길은 이른바 남행시초(南行詩抄)로 분류되는 <창원도>, <통영1>, <통영2>, <통영3>, <고성가도>, <삼천포>라는 6개의 시로 남았다.

    ‘백석의 사랑길’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2년 전에 경남대가 주최한 한 도시힐링창조포럼에서 제시된 아이디어에서 비롯한다. 역사 콘텐츠 활용 기법을 사용해 1936년 당시 백석이 지나가면서 보았을 구마산역에서 선창으로 이어지는 불종로의 주요 건물이나 시설을 소개하는 패널(사진과 설명)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번 ‘백석의 사랑길’은 ‘남행시초’를 비롯한 대표작들을 시화 패널로 만들어 추가 배치하자는 더욱 발전된 아이디어다. 최근 새롭게 단장된 불종로라는 인프라에 역사와 문학을 결합시킨 복합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는 복합적인 기법이다. 향후 이 사랑길은 바닷길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전국의 백석 팬들은 불종로를 걸으면서, 마산만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때로는 ‘백석’이 되거나 때로는 ‘란’이나 ‘나타샤’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백석 관련 기념사업은 통영시에서 충렬사 앞 쌈지공원에 세운 <통영2> 시비밖에 없다. 그가 만약 적어도 한 번 이상 마산을 거쳐 통영을 갔다면 이 여정은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고 그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일한 길이다. 통영에서는 그가 다녔던 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마산에서는 확정적이다. ‘백석의 사랑길’이라는 테마와 스토리로 재탄생한 불종로는 한국 최고의 시에 더 많은 시민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인문학 교육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전국의 백석 연구자와 애호가들이 몰려든다면 문화예술 기반 도시재생 일번지로 자처하는 마산 원도심은 물론 창원시 전체에 미치는 관광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서익진 (경남대학교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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