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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에도 스며든 보이스피싱- 전병태(의령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 기사입력 : 2018-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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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시골마을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무거운 발걸음을 한 촌로는 하루의 일과를 소죽 끓이는 일로 시작했다. 불편한 다리를 절며 마당을 지날쯤 안방에서 집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A씨 맞죠? 00경찰서입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되어 은행에 예금한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보안조치해야 합니다. 은행에 예금한 돈이 있지요?”라고 물음에 순간 2000만원짜리 적금이 퍼뜩 생각났다.

    “적금을 해약해서 다른 은행에 0112 비밀번호로 해서 예금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놓으세요, 은행 가실 때 휴대폰은 가지고 가시면 안 됩니다. 오후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경찰서란 말에 의심할 틈도 없이 행여나 적금이 빠져나갈까 걱정돼 만사를 제쳐두고 읍내 은행을 찾아갔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적금을 해약해 달라는 할아버지를 이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이 해약 이유를 묻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계속되는 물음에 답변을 거부하는 할아버지를 조용한 회의실로 모셔가 재차 이유를 묻자 그때서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은행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렇듯 보이스피싱은 이제는 농촌 지역을 파고들어 비교적 경찰, 검찰을 신뢰하는 나이 든 농민들에게까지 접근하는 것은 물론 아예 농촌 지역의 특정 마을을 집중 공략하는 진화된 수법을 보이기도 한다.

    작년 한 해 경남 도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의 피해액이 3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교묘한 범행수법의 보이스피싱이 증가하여 서민층은 물론 농어촌 노인층에 그 피해가 점점 집중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개인정보수집책, 콜센터, 현금 인출·송금책, 계좌개설책 등 업무를 나누면서 총책 등 상위 조직원의 신분이 하위 조직원에게 노출되지 않아 총체적 적발이 어렵다. 이들은 중국, 필리핀 등 해외 콜센터 사무실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범행을 일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연령이 점차 낮아져 10대까지 연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인출한 돈을 총책에게 넘겨주고 건당 20~5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벌이가 좋아 애써 자신의 범행에 눈을 감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경찰, 검찰 등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전화를 걸어 돈을 보호해 준다거나 개인정보·금융정보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전화를 받는다면 전화를 끊고 해당기관에 반드시 확인전화를 해야 하며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112나 금융감독원(1332) 또는 금융회사 콜센터 등을 통해 신속하게 지급정지를 신청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뻔한 수법에도 속는 보이스피싱, 방심하는 순간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병태 (의령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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