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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기억-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8-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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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조성된 남북 해빙 무드가 대북 특사파견 등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가 한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다.

    사실 평창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여러 악재가 불거져 성공 개최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을 많았다. 지난해 4월 대우 문제를 둘러싼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와의 불협화음, 아이스하키 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참가가 글로벌 시장 확대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불참키로 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다 한반도 북핵 위기로 불안해하는 우방국들의 참가마저 걱정해야 했다.

    그런데 올해 초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키로 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월 20일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한국)·민족올림픽위원회(북한), 남북한 고위 정부 인사, 남북한 IOC 위원 등 4자가 참여하는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를 열어 합의했다.

    개회식에 남북 공동입장, 북한 고위인사 및 응원단 방한 등이 이어지면서 ‘평화올림픽’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중에서도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은 최고의 흥행카드가 됐다.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 선수단이 꾸려졌다.

    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이 결성됐다는 소식에 새러 머리 감독을 비롯해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 손발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았다. 대학은 물론 실업팀 하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지금껏 달려온 한국 선수 중 일부가 북한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하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고 이에 동조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 감독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단일팀은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하나가 됐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세계적인 강호 스위스, 스웨덴에 0-8로 힘없이 무너졌지만 일본전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이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스위스와 ‘리턴매치’에서 0-2로 선전한 단일팀은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과 7~8위 결정전에서 한수진이 만회골을 넣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국민들은 단일팀이 1승이라도 거두길 염원했지만 자국 아이스하키 리그도 없이 세계 정상급 팀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자체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랭킹은 22위이고 북한은 25위다. 전력차가 워낙 크게 났기 때문에 스위스(6위)와 스웨덴(5위), 일본(9위)에게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다.

    비록 1승도 거두진 못했지만 단일팀은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고, 1991년 탁구와 축구 남북 단일팀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에 남을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단일팀은 짧은 기간 안에 하나로 똘똘 뭉치며 지금은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 중인 남과 북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은 통일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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