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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상의 여성들이여 단결하라!-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8-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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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교육, 경제, 정치, 종교 등 전방위적으로 불붙고 있다. ‘미투 운동’의 발원지인 할리우드의 조사 결과, 연예산업 종사자의 94%가 “한 번 이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우리라고 다를까?

    알량한 헤게모니를 이용해 찰나의 쾌락을 얻으려다 여성인권 자체를 유린한 ‘권력형 성범죄’가 미투 사태의 본질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은 가정·일터 등 위계 사회에서 부모와 자녀, 의사와 환자, 교사와 학생, 군주와 신하 등 세력 관계가 맺어지는 모든 경우에 나타난다(‘성의 역사’)”고 근대 권력의 속성을 분석했다. 100년 전 영국 정치가 존 달버그 액턴의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일수록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2018년 대한민국에 회자될 줄이야.

    지난 2월 19~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성폭력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질문에 국민 71.6%가 ‘권력관계’를 꼽았음이 그 증좌다. 더구나 국민 약 10명 가운데 9명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평소 인권과 정의의 화신인 양 사자후를 토하던 진보여성단체와 진보세력은 왜 행동으로 ‘성 적폐’ 청산에 나서지 못할까?

    미투를 통해 관습화된 권력형 성폭력과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향후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권력 마초(남성우월주의자)들이 오뉴월 똥 무더기에 파리 떼처럼 들끓을 터.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NGO봉사활동 40여 년간 필자는 2~3개의 철칙을 믿고 묵묵히 버텨왔다. 지면관계상 하나만 소개하자면, ‘3.5%의 법칙’이 그것이다. ‘3.5%가 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비폭력 시민 저항운동은 항상 성공한다’는 철칙이다. 19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시민 저항운동 수백 건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3.5%를 넘긴 모든 저항운동은 성공했고 비폭력적이었으며, 비폭력 저항운동의 평균 참여자 수는 폭력적 저항운동의 네 배였다(미국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

    촛불 집회의 성공이 그걸 입증한다. 촛불의 과정에 참여한 거의 200만명(전 국민의 3.5%) 사람들이 직접 겪어 깨닫게 됐다. 변화는 소수의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많은 국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 조사결과는 국민 74.4%는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참 의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단결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그동안 미친 권력에 굴종하느라 동료들의 피해를 외면한 사람들,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한 그 수많은 ‘침묵의 동조자들’ 이 ‘나부터 먼저(Me First)’ 반성하고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문화예술, 교육, 정치, 경제, 종교 등 전방위적으로 그 어디든 구성원의 3.5%만 단결하여 지속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문화를 재정립하고 여성의 존엄성 또한 회복될 것인즉.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세상의 여성들이여 단결하라!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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