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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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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랏빛 꽃, 꽃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까치가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하략)

    ▼정일근 시인의 시 ‘봄까치꽃’ 속 주인공에게는 앙증맞고 예쁜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조금은 망측한 본명이 있다. 씨앗이 맺힌 모양이 개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 큰개불알풀이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민망해 봄까치꽃이란 별칭이 붙었다. 남부지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2월 말~3월 초 꽃을 피우는데 흔히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복수초만큼이나 일찍 봄을 알리는 부지런한 들꽃이다.

    ▼어느덧 추위는 서서히 물러나고 양지바른 길가 곳곳에 봄까치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까치꽃 본명에는 ‘큰’자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새끼손톱만 하다.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피어나야 하다 보니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그곳에 있다는 걸 몰랐다면 모를까 일단 시선을 빼앗겼다면 발길은 저절로 멈춰질 만큼 곱디고운 보라색꽃을 피운다. 그래서 이 꽃을 보려면 시 속의 시인처럼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다.


    ▼봄비를 맞아 촉촉해진 대지 위에 별꽃, 제비꽃, 양지꽃, 괭이밥, 냉이꽃 등 들꽃들이 속속 피어나고 우리도 금세 완연한 봄 속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봄바람을 가슴에 가득 안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봄맞이를 나갔다 행여 키 작은 봄꽃을 만난다면 잠시 무릎을 꿇고 앉아 이 작은 꽃들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부려보자.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이에게, 혼자라면 나에게 말해보자. 긴 겨울 이겨내느라 애썼어요. 토닥토닥.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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