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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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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벼슬 잘한 인물로 양파(陽坡) 정태화(1602~1673)를 꼽는다. 6조 판서를 거쳐 우의정·좌의정은 물론 6차례나 영의정을 지냈다. 조선 시대 정승 평균 재임 기간이 390일 정도였는데 양파는 영의정 20여년을 비롯해 모두 45년 동안 벼슬했다. 훗날 청백리에 녹선됐으니 더할 나위 없는 관운이다. 여기에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 그리고 물러날 때를 아는 판단력이 한몫했다. 그는 영의정 사직 상소를 37번이나 올렸다.

    ▼조선 후기 재상 정원용(1783~1873)은 정조부터 고종까지 5조 임금을 보필하며 무려 72년간 벼슬했다. 조선왕조서 가장 오랫동안 관직 생활을 한 인물로 기록한다. 20세 문과 급제해 관찰사, 예조·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66세에 영의정이 됐다. 지극히 검소해 장마철이면 집 지붕에서 빗물이 떨어져 벽이 썩고 곰팡이가 필 정도였다. 조선 초기 명재상으로 황희를 든다면 후기는 정원용을 꼽을 정도다.

    ▼동양엔 ‘입신양명(立身揚名)은 효지종야(孝之終也)’라는 유교 사상이 뿌리 깊다. 벼슬길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는 것이 부모를 기쁘게 하는 효의 최고 단계로 봤다. 현대는 관직으로 가는 길이 임명직에다 선출직까지 더해졌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시·도지사, 지방의원 등 ‘가문의 영광’으로 기록할 만한 입신양명의 선택지가 적지 않다. 약 3개월 뒤인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도 새로운 ‘권력’이 대거 탄생한다.


    ▼벼슬길은 들어서는 만큼 물러남도 중요하다. 한 줌 권력에 취해 대의를 망각하면 패가망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14일 검찰에 출석한다. 한때 권세를 누리던 이들이 줄줄이 소환 대열에 합류했다. 사직을 청하고 비 새는 집에 살던 옛 공직자의 자세가 아쉽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한 원로시인의 시구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회한처럼 들린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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