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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잊지 않기를… 평창올림픽 회상-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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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이 지났다. 기쁨과 슬픔에 막장 드라마까지 선사했던 평창동계올림픽. 그 올림픽이 지나가고 지금은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는 생소한 동계올림픽. 내 나라에서 17일간이나 열렸는데 한번 가보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잘 마쳐 다행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란 이해하기 힘든 결정에 얼굴 찡그렸지만 꼴찌 해도 박수 치고 예선 탈락에도 박수 쳐 주시는 국민의 모습에 몰래 눈시울을 닦던 17일이었다. 이번 체전 최대 히트는 컬링이다. 체육기자 시절 경남대표단과 함께 10년도 넘게 전국 동계체전을 취재했지만 단 한 번도 컬링경기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생소한 경기가 이제 아이들이 밀대를 들고 제법 흉내를 낼 만큼 친숙해졌다. 컬링은 내가 사는 고성군과 거의 비슷한 인구 5만3000명인 경북 의성군을 가장 핫한 지자체로 만들었다. 거창군은 거창화강석을 이용한 컬링스톤 만들기 등 컬링산업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단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잊힐까 봐. 십수 년 체육기자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스친다. 기억의 편린을 건드려보자. 1995년 모래시계 열풍이 불었다. ‘귀가시계’라는 말이 생길 만큼 대단한 인기였다. 지금은 한국 최고 배우 한 사람으로 불리게 된 이정재는 대사 없이 죽도만 휘둘렀다. 멋지게. 그리고 검도는 대박을 쳤다. 검도인들은 당시의 인기를 잊지 못한다. 이번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모태가 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현정화와 리분이. ‘코리아’라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뇌리에 남았고, 탁구를 치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이후 잠잠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 현 IOC 선수위원이 우승하며 탁구장엔 2차 열풍이 불었다. 지금 검도와 탁구에게 당시의 인기는 참 아련한 기억이다.

    패럴림픽이 한창이다. 패럴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올림픽을 마치고 겨우 12일이 지나 열리지만 열기는 식었다. 동계올림픽 때 평균 150시간을 방송했던 한국방송사의 패럴림픽 중계시간은 평균 25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62시간. 중국도 40시간을 방송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은 거의 100시간을 중계한다. 신문 지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나서 중계시간 좀 늘려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이렇게 차별하며 올림픽은 잊혀 간다. 난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컬링이 잊히면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제천화재가, 밀양화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미투운동이 잊힐까 두려워서다. 한국과 북한의,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소식에 가려 연평해전이 천안함이 잊힐까 두렵기도 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종목에 십수 년을 매달린 의성마늘언니들. 군정과 도정 발전에 별 도움 안 되는 종목에 무리한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터인데 꾸준히 지원해준 의성군과 경북체육회 관계자들에게 전직 체육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행복함을 느낀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의 박수와 존경의 목례를 한다. 또 나처럼 몰래 눈물 훔치며 비인기종목 선수들에게 환호와 관심을 보여준 국민께도 90도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다. 보름여 대한민국 국민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었던 우리의-이제 우리라 부를 만큼 가까워졌으니- 마늘언니들. 곧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영미야~”를 외치던 안경 언니와 그녀들은 아쉽지만 잊혀져 갈 것이다. 간혹 프로야구 시구자로, 광고 또는 예능 프로에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이정재의 검도와 현정화 유승민의 탁구, 정현의 테니스를 기억하듯 이름조차 몰랐던 남해사나이 윤성빈과 의성자매들을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쌓을 것이다. 오늘이 3·15이고 이날이 어떤 날인지를 우리가 평생 기억하듯.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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