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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3·15의거는 ‘되살아나야’ 한다-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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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신경림은 3·15의거는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2004년 편찬된 ‘삼·일오의거사’의 권두시에서다.

    새천년 떠오르는 붉은 해로 되살아나고 있다/ 어두운 구석 후미진 구석 찾아 밝게 비추는/ 환한 햇살로 되살아나고 있다/ 힘없는 자 쓰러진 자 손잡아 일으키면서/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힘찬 손길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이후 긴 세월 동안 아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전국의 광장 곳곳에서 찬바람 속에서도 꽁꽁 얼어붙은 손에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동안 국립 3·15민주묘지에는 민주화 정신과 맞지 않는 전시물이 설치되기도 했다. 박정희·박근혜 정부 홍보 패널 등이다. 이에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1960년 3·15의거는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시작이었다. 4·19로 이어졌고, 이승만독재정권은 사라졌다. 부정선거가 의거의 계기였지만, 민주·통일운동이었고, 노동자와 도시하층민의 경제투쟁이기도 했다. 1차 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시작됐다. 경찰의 발포로 8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부상당하고 체포됐다. 행방불명됐던 김주열의 시체가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중앙부두 앞에 떠올랐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래서 4월 11일, 2차 의거가 일어났다. 경찰에 의해 살해된 김주열의 시신이 경찰의 손에 의해 바다에 버려졌다는 사실은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시위는 이날 오후 6시 15분쯤 도립마산병원 앞길에서 시작됐다. 2차 의거는 전보다 격렬했고 시민 참여도 높았다. 전국으로 확산됐고, 4·19로 이어졌다.

    독재정권은 타도됐지만, 3·15의거의 본질은 정치권력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돼 갔다. 민주당정권은 의거의 역사적 성격을 높이 평가했을 뿐 의거가 지향했던 민주주의 실현과 민족통일에 대한 현실적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3·15의거를 5·16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또 다른 군사정권이었던 제5공화국은 역사 속에서 3·15의거를 없애려 했다. 2003년 ‘국립3·15묘지’가 준공되고, 2010년 의거 50주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당시 그들의 사회적 요구가 실현되지는 못했다.

    오늘은 3·15의거 58주년이다. 역사적 사건을 기념한다는 것은 그날, 그 사건을 기억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날, 그 사건이 지닌 역사적 의미가 무엇이며, 그때 그 사람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사회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되새김이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고, 그들의 염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3·15의거는 ‘되살아나야’ 한다. 촛불시위의 요구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대구의 촛불시위 현장에서 있었던 한 여고생의 발언을 잊을 수 없다. “저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시는, 그러나 사회로부터 개돼지, 흙수저로 취급받으며 살아가는 사랑하는 저의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너무 어려서 뭘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과 모레를 주기 위해서 저는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다가오는 6월의 지방선거는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출돼야 한다. 켜켜이 쌓여온 적폐들을 일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서, 불평등과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쟁 위협이 없는 남북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3·15의거를 기념하고, ‘되살아나야’하는 이유이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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