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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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1) 길고양이

갈등과 공존 엇갈린 시선 속 해법 모색

  • 기사입력 : 2018-03-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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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인구가 60% 이상 늘었다.

    한때 개가 반려동물의 절대다수를 이뤘다면 이제는 고양이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이를 반영하듯 젊은이들 사이에는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나에게만 없는 고양이가 길에는 널려 있다. 이름하여 길고양이. 너무 흔해 이웃사촌이 되다시피 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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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택가를 떠돌던 고양이들이 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길고양이 수난은 여전하다

    10여년 전부터 도심에 자리 잡은 길고양이의 존재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다. 이후 갖가지 진통을 겪은 뒤 사회 전반에는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위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길고양이를 생태계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자리잡은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는 곳곳에서 자행된다.

    지난 2015년 11월 마산중부경찰서는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한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뜯고 있는 것을 보고 양궁용 활로 고양이 몸통을 관통시켰다. 그는 “주거지 인근에서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저녁마다 괴성을 질러 스트레스를 받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는 길이 50㎝가량의 화살이 등과 뒷다리에 꽂힌 채로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 이를 발견한 주민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같은 해 창원에서 50대 남성이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불법 포획해 건강원에 판매하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포획한 고양이를 끓는 물에 산 채로 넣어 털과 내장을 제거해 건강원에 넘겼다. 고양이가 관절염에 좋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원은 이 남성에게 동물보호법·식품위생법 위반을 적용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왜 나를 싫어하나

    하지만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일명 캣맘, 캣대디라 하여 길고양이에게 음식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TNR(trap-neuter-return·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 중성화수술 후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을 적절히 이용해 길고양이들의 삶을 보호해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후 길고양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고양이를 향한 비난’은 ‘고양이에게 온정을 베푸는 이웃’에 전가됐다. 공동주택마다 고양이 사료가 놓여 있는 풍경과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지 말라’는 경고장이 붙어 있는 풍경, 이 웃지 못할 상황이 모두 한 장소에서 일어난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인식, 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뜯어 주변을 더럽히고, 발정으로 소음공해를 일으킨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 축이라면, 그러한 길고양이들 또한 돌보아야 할 이웃이라 믿는 사람들이 그 대척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갑작스런 현대화 과정에서 도심에 다세대가구가 밀집하고, 골목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으면서 고양이들이 자연스레 도심 내부에서 번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이를 길고양이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기견 급증 등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사회문제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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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캣맘이 놓아둔 먹이를 먹고 있다./김승권 기자/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어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김혜정(가명·55)씨네 집에는 고양이가 10마리나 산다. 모두 한때 길고양이였다. 김씨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김씨가 처음 고양이를 집에 들인 것은 지난 2011년 오동동 일대에 도심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인근 신축 아파트 터 닦기가 시작되자 공터에 살던 길고양이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그중 검은색 고양이 하나가 김씨네 집 문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토토’라는 이름을 짓고 집안에 들인 것이 시작이었다. 10마리 중 봄철에 왔다 해서 이름 붙여진 ‘봄이’와 공장부지 기름 범벅 속에서 울고 있는 새끼를 데리고 와 키운 ‘믿음이’는 한쪽 눈을 실명해 몸이 불편한 고양이들이다.

    도심 재개발은 주민들에게도 고양이에게도 ‘큰 사건’이었다. 신축 아파트를 짓기 위해 오동동 일대 폐가를 헐면서 폐가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들이 폐기물에 섞여 실려갔고, 김씨가 집하장까지 가서 다친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 적도 있었다.

    김씨가 돌보는 고양이는 집 밖에도 10마리 정도 된다. 대문 앞에 물과 사료를 내어두고 비바람을 막아줄 가리개도 만들어뒀다.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먹고 목을 축이며 김씨네 집 앞에 잠깐씩 머문다. 몇 년 동안 ‘왜 밥을 주느냐’며 동네 사람들과 갈등도 많이 빚었다. 길고양이를 향해 쓰레기나 돌을 던지는 주민들을 막아선 적도 더러 있었다.

    김씨는 “10년 가까이 길고양이를 관찰하다 보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음식을 주면 개체수가 무한정 늘어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개체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 집 밖에서 사료를 먹고 가는 길고양이들도 수년째 계속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지, 새로운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우리집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 안에 사는 길고양이 수는 늘 10마리 안팎이 유지된다.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새끼를 낳아도 10마리 중 한 마리가 겨우 생존할까 말까다”며 “도심을 인간만이 점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길고양이들이 도심 생태계에 한 부분을 이루었고, 이를 거부하기보다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하여

    대만 허우퉁 마을과 일본 아이노시마섬은 지자체가 직접 나서 길고양이의 생태를 관리하면서 오히려 고양이를 보러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길고양이의 생존을 보장하고 중성화 수술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개체수를 조절하면서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한 결과다. 경남도도 올해 ‘축산업 6차 산업화 확산 관련 시책’에 943억900만원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동물보호 및 복지대책을 위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비 지원사업도 포함됐다. 길고양이와 지역민들의 평화적인 공존을 위한 지역사회의 적극적 변화의 징조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일본에서는 고양이 관련 산업의 경제적 효과가 20조원이 넘었다. 사료부터 관련 용품, 동물보험, 관광, 출판·영상 시장도 팽창해 ‘네코노믹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며 “물론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길고양이의 복지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에서 벗어나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참고한 글=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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