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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곽선생-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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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이 한문으로 쓴 풍자소설 ‘호질’에는 ‘북곽선생’이 등장한다. 불과 40세의 나이에 저서가 1만5000권에 이를 만큼 학문적 성취가 두드러지고 덕망 또한 높은 선비인 그를 황제도 칭찬하고 제후들도 우러러봤다. 하지만 젊은 과부 동리자와 몰래 정을 통하다가 그녀의 아들에게 쫓겨났고 밤중에 도망하다 똥통에 빠지고, 호랑이를 만나 크게 꾸지람을 듣는 등 체면을 구기고 만다.

    ▼북곽선생은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지만 이면 생활은 좋지 못한 부류로 묘사돼 있다. 절개와 어진 성품을 지녔다며 주변에서 칭송이 자자한 과부 동리자와 함께 위선자의 전형이다. 이력이나 명함이 번지르르한 이런 사람들이 2018년 대한민국에서도 흔하다. 사회지도층을 자처한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이른바 ‘미투 운동’을 통해 들통나고 있다. 검사, 연극인, 교수, 배우에 이어 정치인까지…. 앞으로 어디까지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형국이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맹자의 ‘진심편’과 논어의 ‘양화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사이비는,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르고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해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칙이 무너지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독버섯처럼 확산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은 또 어디서 ‘사이비 북곽선생’이 드러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선거의 유불리만 계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공자는 정치란 ‘이름을 바로잡는 것(正名)’이라고 했다. ‘불의’를 저지르고 ‘정의’라고 이름을 붙이는 권력자들의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에 더 이상 북곽선생이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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