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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와 판도라 상자 속, 작은 희망- 이준택(한경대 농생명빅데이터연구소 교수)

  • 기사입력 : 2018-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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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화폐는 실화(동전, 지폐 등) 없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말한다.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 또는 가상화폐,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라는 의미에서 암호화화폐라고도 불리고 있다.

    가상화폐의 기술 패러다임의 핵심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반기술로 선정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 통화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분산형 장부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과 금융거래에서 장부 책임자가 없는 거래 시스템으로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단점이 있다.

    판도라의 상자, 많은 재난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인간들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판도라를 만든 제우스는 그녀를 보내면서 작은 상자 하나를 주며,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절대로 열어 보면 안 된다”라고 주의를 준다. 힘을 가진 제우스는 그런 식으로 힘없는 판도라를 희롱한다. 결국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연 순간,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의 재앙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채널(CNBC)은 2018년부터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관이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가상화폐 투자기관인 블록타워캐피털(BlockTower Capital)의 아리폴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올해 비트코인이 최소 4000달러 선, 최대 3만달러 수준으로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 CNBC는 규제 당국이 개입하면 가격 상승이 어느 정도 중단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주식 투자자가 가상화폐 관련 기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보면 당분간은 가상화폐 투자의 열풍이 쉽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화폐의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만 취급하기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다. 기업은 가상화폐 투자자의 자금을 횡령, 불법자금으로 조성하고, 기술적으로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를 만듦으로써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하드포크 새로운 방식이 만연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현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은 가상화폐 기술의 검증과 화폐거래 안전을 위한 입법화의 타당성, 국제시장의 이슈에 대한 세밀한 검토 등의 체계적인 접근보다 관련 부처 간 의견과 무분별한 청와대신문고 댓글의 여러 투자자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쉽다.

    CNBC와 같은 대기업들의 암호화화폐 상장 계획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에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의 암호화폐는 사라지고, 대기업의 암호화화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과세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한편 미국 국세청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사이에 2만달러 이상의 암호화화폐를 거래한 계좌 1만3000개의 정보를 확보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암호화폐 20여 종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며 마이너 코인들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 거래되는 대다수의 암호화폐는 곧 사라질 공산이 크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 퀀텀의 개발자 스텔라는 “전 세계 3000여개의 암호화폐 중 2%만 생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닫았을 때 그 안에 남은 것은 딱 하나, 희망이었다. 그것을 안 판도라는 유일하게 남은 희망을 서둘러 꺼냈다. 가상화폐는 어느 날 갑자기 경제적 부를 얻는 휘발성 수단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시대적인 투기성 이슈도 아닐 것이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재화의 특성이 반영된 신기술의 산물인 것이다.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가상화폐와 실화폐의 새로운 화폐 패러다임을 기술적, 제도적으로 재정비하는 것과 국민에게 ‘판도라의 상자’처럼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가치 교환 인프라의 기능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것이 바로 판도라의 ‘희망’이다.

    이 준 택

    한경대 농생명빅데이터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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