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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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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섬주민 수백명 2주째 발 묶인 이유는

수리비 못내 조선소에 발묶인 여객선… 용초도 등 8개 항구 배 끊겨
정기검사 후 운항 재개한다더니

  • 기사입력 : 2018-03-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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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6개 섬 8개 항구와 육지를 연결하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는데도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주민 수백명이 십수일째 발이 묶여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9일 통영시청과 마산지방해양수산청(마산해수청)에 따르면 통영여객터미널과 한산면 용초도를 운항하는 경남해운 소속 한산누리호(166t급·170명 정원)가 지난 5일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 삼덕조선소에 맡겨졌으나 2주일이 지난 19일 현재까지 항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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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해운 소속 한산누리호가 통영시 산양읍 소재 조선소에 입고돼 있다./통영시/


    정기검사와 보수·도색 등 수리를 마치고 9일부터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었지만, 선사가 수천만원의 수리비를 내지 못해 거치대에 발이 묶여 있다.

    이 여객선은 통영에서 용초(주민 122명)를 1일 3회 운항하면서 호두마을(115명)-죽도(60명)-진두(30명)-동좌마을(50명)-서좌마을(56명)-비산도(19명)-거제 화도(149명)를 들르는 단일 항로다. 당초 국가보조(도서주민의 해상교통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운항 결손금액을 보조하는 항로)에서 지난 2007년부터 일반항로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 통영시에 따르면 경남해운은 직원 임금체불로 인해 지난해에도 한 차례 결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명이 넘는 주민들은 ‘자연재해’ 수준의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

    용초마을 한 주민은 기자와 통화에서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이며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갈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겨우내 뜯은 나물을 팔지 못하거나 민박에 손님을 받지 못하는 등 불편을 말로 다 못한다”고 말했다.

    같은 섬의 또 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4일만 운항 못한다고 해서 참고 기다린 게 벌써 2주가 됐다”며 “시내버스가 파업으로 운항을 못하면 대체버스를 투입하듯이 이곳에도 즉각 대체선을 투입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통영시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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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이 이런데도 통영시는 지난 15일이 되어서야 해상운송 허가권자인 마산해수청을 찾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체선 투입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주민들의 불편함을 알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권한이 시에 없어 한계가 있다”며 “한산면에 있는 행정선을 투입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여러 섬을 거쳐야 하고, 수리 일정도 곧 잡혀 있었는 데다 해수청이 다른 항로의 여객선을 이용해 대체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어 운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산해수청은 19일 다른 섬을 운항하는 선사에 운항 명령을 내리는 등 대체선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행정 절차로 인해 이마저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주민 불편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산해수청 관계자는 “이쪽 항로를 다녀보지 않은 선장들이라 시운전을 해봐야 하고, 접안시설 등도 다시 점검해야 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다”며 “이번 주 안으로 최대한 빨리 투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주민들에 불편을 끼친 경남해운에 대해서는 면허취소를 위한 행정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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