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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루 게릭- 조윤제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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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양키스의 4번 타자였던 루 게릭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야구선수다. 그는 통산타율 3할4푼에 493개의 홈런을 날렸고, 2130경기에 연속 출장한 철인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는 1938년 갑자기 타율이 3할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듬해 은퇴하게 된다. “피곤하다. 이유는 모르겠다”는 은퇴사를 한 그는 병원에서 ‘근육위축가쪽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의학서에는 이 병이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질환이라 기록한다. 야구의 전설 루 게릭 선수가 걸려서인지 일반적으로 ‘루게릭병’으로 불린다. 이 병에 걸리면 운동신경이 모조리 파괴돼 말을 할 수 없고, 심하면 숨도 쉴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병에 걸린 환자들은 호흡부전이나 폐렴 등으로 평균 3~4년 이내 죽게 된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발병 원인과 확실하게 효과가 검증된 약이 없어 병의 무서움을 더하고 있다.

    ▼십수 년 전, 기자의 고교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들과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돼 있었다. “제자들을 알아보겠습니까”라는 사모님의 말씀에 눈만 깜빡깜빡하시면서 “왔느냐~”라는 신호를 보내셨다. 다른 신경은 모두 파괴됐는데 눈 신경만 살아서 눈의 깜빡임을 보면서 대화한다시던 사모님의 슬픈 표정이 기억난다.

    ▼우주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1세 때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진단을 받은 뒤 지난 14일 타계할 때까지 55년이나 생존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시간의 역사> 등 수많은 책을 집필했고, 블랙홀과 양자우주론 등 혁명적인 이론을 정립해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로 이름 남겼다. 특수 휠체어와 손가락 세 개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몸소 보여줬다. 이제 별이 된 박사의 인간 승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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