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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과 지방선거- 김태희(다산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18-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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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라 포청천(999~1062)은 강직한 청백리의 상징으로, 중국계 역사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다. 그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준엄하여 ‘포염라’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그가 부임해 있었던 개봉부에 구양수(1007~1072)가 부임해 왔다. 그에게 어떤 사람이 포청천과 같은 단호하고 위엄 있는 정사(政事)를 권했다. 이에 구양수가 대답했다. “사람의 재능과 성품은 똑같지 않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 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 없으며, 자신의 단점을 억지로 행하면 반드시 이루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내가 능한 대로 할 따름이오.”

    구양수는 포청천을 흉내내지 않았다. 위엄의 정사 대신 관대하고 간이한 정사를 추구했다. 방종과 생략이 아니라, 가혹하지 않고 번거롭지 않은 정사였다. 그가 고을에 부임하여 보름이 지나면 일이 10에서 5, 6으로 줄고, 한두 달이 지나면 관청이 절간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백성은 편안해졌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봉공’편(‘예제’조)에 소개된 일화이다. 다산은 구양수와 포청천의 비교를 통해, 저마다 개성에 따라 장점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겉으로 화려한 정치보다 조용하면서도 실속 있는 정치에 더 점수를 주고 있다.

    같은 편(‘공납’조)에는 이런 말도 인용하고 있다. “이익 하나를 일으키는 것은 폐해 하나를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 일 하나를 만드는 것은 일 하나를 줄이는 것만 못하다. 위엄은 청렴함에서 생기고, 정사는 부지런함에서 이루어진다.” 청렴과 근면을 강조한 것이다. 다산이 청렴을 강조했지만, 그것은 요건이지 전부는 아니었다. 즉 어느 지방관이 스스로는 청렴하고 백성을 사랑하지만 실무에 익숙지 않고 시나 읊는 동안 관청의 창고가 바닥난 사례를 소개하며 경계한 것(율기편 칙궁조)이 그런 맥락이다.

    다산이 왜 <목민심서>를 썼는가? <경세유표>가 낡은 제도를 고쳐서 나라를 새롭게 하려는 것이었다면, <목민심서>는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도 목민관(지방 수령)이 잘만 운영하면 백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을 기대한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 첫 구절에서 경고부터 했다. “다른 관직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함부로 구하지 말라!” 왜 그런가? 중앙의 관직은 대체로 국왕을 보좌하고 혼자 하지 않는 것이지만, 지방은 규모만 작을 뿐, 지방 수령은 국왕처럼 여러 가지를 홀로 결정해야 한다. 수령이 잘못하면 그 결과가 백성들에게 치명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수령 노릇을 할 것인가? “덕이 있어도 위엄이 없으면 잘할 수 없고, 뜻이 있어도 밝지 않으면 잘할 수 없다.” 제 한몸 착하더라도 아전을 통솔할 위엄이 없으면 잘할 수 없고, 선정을 베풀려는 뜻이 있더라도 일을 처리하는 명석함이 없으면 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통솔력과 직무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대의 지방행정은 다산이 살았던 때와 똑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거로 뽑는다. 선거에는 유권자의 책임이 크다. 나와 안면이 있고 연고가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냉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누구를 뽑아야 진정 내게 이로울 것인가.

    몇 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사람이 부패 혐의가 있어도 능력이 있어서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여 투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헛된 기대였다. 아직은 혐의 수준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직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적 재산을 증식하는 데 주력했다는 사실이 문제되고 있다.

    <목민심서>는 1818년 봄에 유배지 전남 강진에서 완성했다. 그해 가을에 긴 18년의 유배가 끝났으니, 그해는 다산에게 대단히 뜻깊은 해다. 올해가 바로 그 200주년으로, 여러 유관단체에서 관련 기념행사를 시행할 것이 예상된다.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목민심서>의 정신을 생각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패하거나 무능한 사람은 피해야 한다. 특히 공직을 이용해 사익만 취할 사람을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태희 (다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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