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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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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미국인이 만들어낸 욕망이다

■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기사입력 : 2018-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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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과 배트맨 피규어(왼쪽), 슈퍼 히어로의 조상 슈퍼맨 카드 이미지.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대부분은 ‘미국에서 만든 캐릭터니까 미국에 나타났겠지’하고 쉽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1938년 미국의 슈퍼맨은 경제공황에 시달리던 대다수의 미국인들의 욕망이 표출된 겁니다. 배트맨도 1939년, 캡틴 아메리카도 1941년에 태어났지요. 이 영웅들은 당시 상처 입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영웅이었습니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이 책은 세계 여러 곳의 문화와 관습을 살펴보며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변화하는지 등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역사·문화적 배경지식도 함께 담았다. 듣기만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은 왜 그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 그리고 그 너머 숨어 있는 마음의 문제까지 조목조목 알려 준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에 숨겨진 심리가 펼쳐진다.

    작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만 알아도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그들의 속마음까지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슈퍼맨을 좋아하는 미국인, 관우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속마음을 말이다. 영웅뿐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믿거나 집착하는 것들은 모두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해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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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다. 바로 하얀 흑인의 신체 부위를 매매하는 기괴한 사건이다. 유괴, 납치는 물론 매장된 시신을 파내거나 집에 쳐들어가 팔다리를 잘라 가는 경우도 흔하다. 아프리카에 사는 하얀 흑인이라는 신비한 존재, 그들을 둘러싼 끔찍한 일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 있는 나라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은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백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지배자로 군림했는데, 적어도 200~300년의 시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백인의 이미지는 힘과 권력, 부 그 자체였다. 과거에는 불길한 징조였던 알비노 흑인들과 백인들의 부와 권력의 의미가 합쳐지면서, 신체 일부를 취해 부를 가질 수 있는 ‘부적’으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관우는 사람의 몸집보다 훨씬 큰 82근짜리 무기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웅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쓰지 않았다. ‘청룡언월도’는 송나라(960~1279년) 때 등장한 무기로, 삼국시대(2세기 후반~3세기)의 장수가 사용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된 적도 없는 82근짜리 청룡언월도가 관우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정도’는 돼야 관우의 무용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우는 잘 알다시피 <삼국지연의> 최고의 영웅이고, 이 책이 쓰인 시기는 중국이 이민족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대로 추정된다. 슈퍼맨이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해 주는 영웅이었다면, 관우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이야기가 바로 문화심리학이다. 문화심리학이란 쉽게 말해 문화란 무엇이고, 문화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국인이자 세계인이 된 우리에게 ‘문화심리학’은 살면서 한 번은 꼭 공부해야 할 필수 교양이다.

    이 책은 문화와 인간 심리의 관계를 종횡무진 휘저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우리 마음 속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음을 알려 준다.
    한민 지음, 부키 펴냄, 1만6000원.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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