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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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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의전당 ‘두 도시 이야기’ 전

한국-인도네시아 ‘평행이론’
독재정권·외환위기 등 두 나라의 근현대사 흥미롭게 연결

  • 기사입력 : 2018-03-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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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한국과 밀접한 나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을 꼽는다. 좀 더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는 어떨까. 먼나라 이웃나라로만 느껴지던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역사라는 끈으로 연결한 흥미로운 전시를 김해서 만나볼 수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두 도시 이야기-기억의 서사적 아카이브’전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근현대사에 초점을 맞췄다. 오선영 큐레이터는 한국의 독립일이 1945년 8월 15일, 인도네시아의 독립일이 1945년 8월 17일이라는 점에서부터 군사독재정권, 외환위기 등을 비슷하게 겪어왔다는 일종의 ‘평행이론’에 착안해 전시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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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완 아흐멧과 티타 살리나의 ‘통화(通貨)’.



    지난해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의 지역순회 버전이지만 단순히 전시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새 배경이 된 김해를 더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국내외 8명 작가(팀)들이 영상, 설치, 아카이빙 자료 등 다양한 형식으로 두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도네시아 작가 이르완 아흐멧과 티타 살리나의 영상은 굳은살과 상처가 가득한 수십 개의 손가락이 꽃잎 모양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통화(通貨·Flower Currency)’라는 제목에는 돈(통화)이 곧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 출신으로 강제 징용돼 인도네시아로 파병 간 양칠성을 모티브로 한 티모데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영상 ‘에델바이스’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일본으로부터 겪은 침략사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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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완 아흐멧과 티타 살리나의 ‘꽃 외교’.



    인도네시아 작은 소도시 ‘자티왕이’ 이야기는 김해와 닿아 있다. 도자로 유명한 김해처럼 자티왕이도 인도네시아 전통 기왓장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침체되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출발한 아트팩토리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발전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큐레이터가 돼 작가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다양한 영상물이 흥미롭다. 김해 이주민 거주지인 서상동 일대에서 촬영된 추모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객사한 수많은 이주민 노동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산업화,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한다.

    전시는 국가나 도시가 기억과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타인의 모습에서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다른 국가의 과거와 현재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자리다. 29일까지. 문의 ☏ 320-1263.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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