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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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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박문원 양산 원창피드셀 대표

전에 없던 기술 연구해 전과 다른 저울 만드는 사장님
40여년 발명·기술개발 외길

  • 기사입력 : 2018-03-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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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체(粉體·파우더) 자동 계량저울 제조기술 국내 1인자인 박문원(61) (주)원창피드셀 대표이사는 기술개발에 대한 고집과 함께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념으로 40여 년간 ‘저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뜸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목표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한 르완 대위의 결정과 역할을 존중한다”며 “‘안 된다’는 말 다음에는 ‘된다’가 남아 있다는 것을 신념으로 모든 연구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지 불가능은 없다”고 말했다. “목적 달성과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대표인 나를 비롯해 모든 직원에게 밤낮이 없고 신기술 개발만이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주경야독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그래서 그는 학력에 관계없이 집념이 강하면 불가능이란 말은 무색해진다며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원창피드셀은 연구원 10여명을 포함해 전 직원이 16명 정도이지만 연매출 50억원을 올리는 강소기업이다.

    양산시 하북면 용연 국도 변에 자리한 원창피드셀의 연구실 입구에는 “불가능이라고 해봤냐”라는 입간판이 있고, 박 대표가 상주하는 연구실 겸 사무실에는 각종 기계장치가 가득하다. 1층 출입구의 신발 먼지 흡착패드와 집무실의 각종 기계장치는 박 대표가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발명 외길 40여 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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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원 대표가 연구실에서 개발품의 정밀 수치 정리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분체 이송설비와 계량기 분야에서 2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화에도 성공한 발명가이자 기업인이다. 박 대표는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독창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은 더 바쁘다”며 “고객들은 기술 검증을 더 철저하게 하고 실력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강소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원창피드셀은 최근 철보다 100배 강한 CNT(카본 나노티보) 자동 계량설비 등을 개발해 선진국과 기술 수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회사명에서 셀은 저울, 피드는 이송·공급을 뜻한다.

    박 대표는 1956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의 앞집에서 태어나 악양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정 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고 무작정 부산으로 갔다. 당시 17살 소년은 고물장사에서 목욕탕 심부름까지 온갖 일을 하다 호스 및 파이프를 제조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소년은 열심히 일한 결과 사장의 눈에 들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산업시찰단에 수행원으로 포함됐다. 당시 독일고무플라스틱세계박람회 견학은 박 대표가 발명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귀국 후 양수기와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의 호스와 하수관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공정 개선 직무에 전념했다. ‘가방끈’이 짧은 그가 업무에 밤낮없이 매달린 결과 얼마 후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호스 및 파이프 기술 1인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러나 1989년 노사분규는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직장을 잃게 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청소기 판매를 시작했다. 지인들의 공장을 청소해 주면서 판촉활동을 했다. 이때 두 번째 기회가 찾아 왔다. 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제조회사에서 청소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지인이 플라스틱 파우더 원료를 자동으로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가 하며 상의해 왔다.

    이때 박 대표의 머리에 과거 독일박람회에서 본 가축사료이송장치가 떠올랐다. 박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분체 이송 디스크컨베이어를 개발했다. 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군데에서 설치 요구가 잇따랐다. 이어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제조업 기초원료는 액체 아니면 분체이기 때문에 분체 이송 디스크컨베이어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계량(저울)장치도 발명해 제품화했다. 박 대표는 “제조공정의 끝 혹은 시작은 계량”이라며 계량장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계량은 수학이고 과학입니다. 2×2=4이지 3이나 5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는 따르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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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원 원창피드셀 대표가 100분의 1g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체 계량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20여 개의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지난 1997년에는 경남 최우수기술인상을 수상했다. 틈틈이 기부활동을 펼쳤고, 한국생산성본부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의 부울경 CEO 총교류회 제5대 회장도 지냈다. 현재는 양산환경연합회 회장, 국민권익위원회 양산시청렴위원회 회장, 악양초등학교 총동창회장 등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발명 외길을 걸어온 박 대표는 발명에 대해 “그동안 전 세계 전시장 60여 곳을 다녔다. 대부분 우리와 관련 없는 전시장이지만 여기에 가면 내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융합기술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업종교류이며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 즉 삼라만상은 하나에서 만 가지가 나온다는 것이 나의 발명철학이다”고 했다.

    특허출원 등이 ‘필요악’이라는 의외의 이야기도 나왔다. “국가정부기관에 납품하려면 특허가 필수적이지만 특허를 내면 기술내용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박 대표는 1년 넘게 심혈을 쏟아 발명한 제품을 다른 업체에서 모방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발명 보호를 위해 여러 개의 특허가 필요할 뿐 아니라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만 특히 분쟁이 생겼을 때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고 이로 인한 시간과 비용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그간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박 대표는 요즘 에너지제로하우스와 그린에너지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한 발명가로부터 회전주택(태양광)을 구입한 후 여기에 지열발전 설비를 더해 에너지제로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또 한 대기업에 설치된 석탄계량분사장치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그린에너지 관련 회사를 만들어 석탄 활용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 및 유리산업플랜트, 그리고 노후 대비용 명상힐링캠프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고객들이 내 기술을 인정해줄 때 기쁨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도 발명(연구개발)을 멈출 수 없다”며 “곡신불사(谷神不死-낮추고 겸손하면 결코 죽지 않는다)를 마음의 공부로 삼고 신기술 개발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석호기자 shkim1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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