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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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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02) 제22화 거상의 나라 62

“왜 이혼했어요?”

  • 기사입력 : 2018-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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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숙이 옆에 와서 앉아서 맥주를 따랐다. 김진호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홍인숙을 응시했다.

    “시골 갈 일이 없어요. 사장님은 차례 안 지내요?”

    홍인숙이 김진호에게 물었다.

    “아침에 가야죠.”

    김진호는 사촌형네 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는 일이 많았다. 중국에 있으면서 부모님의 산소를 찾는 일은 더욱 소홀하게 되었다. 중국에는 차가 있지만 서울에는 차가 없으니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 볼 수도 없다.

    “서울예요?”

    “서울입니다.”

    홍인숙이 김진호와 잔을 부딪쳤다.

    “부모님은 안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그럼 차례를 지내야죠.”

    “아직 한 번도 지낸 일이 없어요.”

    “불효자식이네.”

    홍인숙이 웃음을 깨물었다. 명절 때만 되면 부모님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떠돌아다니는 처지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홍인숙씨는 같이 지낼 아이들도 없어요?”

    “아이들은 시골에 있어요. 이혼하고 시가에서 데리고 있어요.”

    “보고 싶겠네.”

    “이젠 다 잊었어요. 벌써 10년 전인데….”

    홍인숙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김진호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왜 이혼했어요?”

    “뭘 그런 걸 물어봐요?”

    홍인숙이 고개를 돌리면서 손을 내저었다. 김진호는 홍인숙에게 말하기 어려운 상처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은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

    홍인숙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느냐? 직장을 갖느냐 선택하게 되지.”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야.”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다시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느냐 선택을 하게 돼. 여기서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거야.”

    홍인숙은 결혼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택은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하게 된다.

    김진호의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대학을 가지 않고 오로지 주식투자만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10년 정도 주식 시장에 매달리더니 마침내 300억 정도의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는 선물투자에 실패하여 300억을 모두 날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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