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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육자염결(六字廉訣)- 허승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3-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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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할 때 인용되는 고사성어가 육자염결(六字廉訣)이다. 중국 소현령(蕭縣令)이라는 사람이 선인(仙人)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여섯 글자의 비결을 알려주겠다며 청렴할 염(廉)자를 여섯 번 써줬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부구옹은 염자를 써주면서 재물, 여색, 직위에 이 글자를 생각하라고 했다. 나머지 염에 대해서는 “염은 밝음을 낳기 때문에 정(情)을 숨기지 못하고, 염은 위엄을 낳기 때문에 백성들이 명(命)을 따를 것이고, 염은 강직함이니 상관이 가벼이 보지 못할 것”이라고 염자를 써준 이유를 설명했다.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도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써준 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에서 ‘육자염결’을 인용했다. 어린 나이에 고을살이에 나서는 이종영에게 목민관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으로 청렴을 강조한 것이다. 다산은 이종영이 영암군수를 마치고 부령도호부사로 부임할 때는 목민관이 두려워해야 할 네 가지를 덧붙였다. 백성과 하늘, 중앙 부서와 조정을 꼽고 그중에서도 목민관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으로 좌불안석에 놓인 정치인들이 많다. 수행비서 출신 여성의 미투로 인해 도지사직을 던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행 의혹으로 자진해서 사퇴서를 제출한 민병두 의원 등은 육자염결에서 두 번째로 강조된 여색에 청렴하지 못했다. 부구옹이나 정약용이 여성의 지위가 현재보다 낮았던 과거에도 목민관이 조심해야 할 것으로 ‘여색’을 꼽은 것은 백성을 두려워한 데서 비롯됐다.

    ▼민선 6기 도내 시장·군수 중에는 목민관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부족해 불명예스럽게 임기 중에 물려난 사례가 있다. 뇌물을 받거나 선거 전에 공직 제공 등을 약속한 혐의다. 육자염결에서 부구옹이 염자를 생각하라고 일러준 재물과 직위에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목민관이 되겠다는 입지자들이 많다. 이들이 ‘목민관의 장수 비결’을 묻는다면 청렴할 염(廉)자를 여섯 번 써주고 싶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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