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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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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05) 제22화 거상의 나라 65

‘명절에는 고궁이 좋지’

  • 기사입력 : 2018-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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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겨울의 햇살이 밝았다. 김진호는 여의도 사무실로 돌아왔다. 텔레비전을 보자 미투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세상 참 어지럽네.’

    김진호는 뉴스를 보면서 혀를 찼다. 명절이라 특별하게 할일이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빈둥거리다가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김진호는 드라마를 보다가 컴퓨터로 하이틴 의상을 살폈다. 이제는 여름상품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했다.

    ‘금년에는 체크가 유행할 건가?’

    쇼핑몰 학생들 의상들 중에 체크무늬 남방셔츠와 스커트가 눈에 띄었다. 중국 쪽도 검색을 했으나 특별한 디자인이 눈에 띄지 않았다. 점심은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다가 먹고 저녁은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가 사먹었다. 명절이라 번잡하던 여의도가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차라리 중국에 있을 걸 그랬나?’

    김진호는 허전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을 잤다.

    ‘명절에는 고궁이 좋지.’

    김진호는 이튿날 창덕궁에 들어갔다. 고궁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에 있는 여러 개의 대궐 중에 창덕궁이 가장 대궐다웠다. 창덕궁에서는 창경궁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숙정전은 아름답고 선정전은 지붕이 푸른색이다.

    고궁의 기와는 대부분 잿빛이었다. 청와대의 기와가 왜 푸른색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대궐의 지붕은 푸른색이었고 황금색은 천자의 나라인 중국에서만 사용했다. 조선은 황금색을 사용할 수 없었다.

    광해군이 대궐의 지붕을 황금색으로 바꾸기 위해 황금기와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역관 방의남을 중국에 파견한 기록이 실록에 나온다. 그러나 황금기와를 했다는 기록은 없고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은 왕좌에서 쫓겨난다.

    정조가 학문을 장려하고 규장각을 세운 주합루는 호젓하다.

    창경궁에도 한복을 입은 여자들이 보이고 외국인도 보였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 대궐의 잿빛 건물만 볼 수 있었다. 창경궁을 두루 구경한 뒤에 원남동 로터리에서 대학로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고 편의점만 문을 열고 있었다.

    ‘이젠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이 보이지 않는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다방도 없어지고….’

    앞으로 또 무엇이 없어질지 모른다.

    대학로에는 소극장이 많았다. 군데군데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대부분 연극과 뮤지컬 등이다.

    날씨는 따뜻한 편이었다. 커피숍에 들어가 앉았다. 커피숍도 브랜드화되어 있고 곳곳에 있었다. 스타벅스가 선풍을 일으킨 뒤에 커피숍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었다.

    ‘카푸치노향이 좋군.’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는 언제나 커피를 달게 마셨다.

    커피숍도 한산했다. 커피를 들고 나와 마로니에 공원으로 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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