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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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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강성도(경남도의회 정책연구담당)

  • 기사입력 : 2018-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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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단어에서 k로 시작하는 단어와 3번째 문자가 k인 단어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많은가? re로 시작하는 단어와 re로 끝나는 단어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많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가 후자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답은 후자가 절대적으로 많다. king과 같은 k로 시작하는 단어는 acknowledge와 같이 k가 3번째에 오는 단어보다 기억해 내기가 아주 간단하다.

    마찬가지로 remember, recall, return이라는 re로 시작하는 단어를 there, therefore, were, are라는 흔한 단어보다 생각해 내기가 쉽다. 그 이유는 인간의 기억구조는 검색 용이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문제 상황 안에서 적절한 사례로 검색되지 않는 경우, 판단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억의 검색 용이성에 비추어 본다면, 사고 처리를 온전히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다음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실업률이다. 지난해 실업률이 3.0%이고, 올해에는 3.5%라면 실업률이 0.5%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실업률이 조금 늘었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포인트란 말 대신 실업률이 16.7%나 증가했다고 하면 경제가 무너질 지경이란 느낌이다.

    0.5%는 3.0%의 6분의 1, 즉 16.7%에 해당한다. 실업률 0.5%p 증가와 실업률 16.7% 증가는 동일한 현상에 대한 두 문장이 주는 어감의 차이는 크다.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따라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정도는 많은 차이가 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서 50% 정도만 옳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사고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이를 개선해 나가려는 정직한 인간의 마음가짐이다. 내 기억과 생각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금 낮춘다면 안정되고 고요한 열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강성도(경남도의회 정책연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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