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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에 대하여- 김미숙(마산문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18-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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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이라는 표현이 요즘은 듣기 어렵다. 소박이 미덕이던 시절이 지나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소박(素朴)은 손질이나 장식을 하지 않은 나무, 즉 인위적 욕망으로 부풀리지 않은 수수한 형태나 행위다.

    요즘 뉴스를 보면 몇십억 몇백억 화폐 단위 사건들이 애들 딱지놀이 단위처럼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모른 척하지도 못한다. 서민은 계산도 안 되는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죽지 않으려는 분에 넘치는 사치가 뉴스가 되기도 한다. 빚내서 명품 사고 원룸에서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당연시되는 문화. “이번 생은 틀렸다”라는 자조적 말이 유행어가 되는 사회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보는 것 들리는 것은 거창한데 양질의 일자리는 자꾸 줄어든다. 작은 기업에서라도 성실하게 일하고 소박하게 삶을 꾸리면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겠지만, 작은 희망은 이미 목표가 되지 못한다. 사회지도층들이 보여주는 입 떡 벌어지는 숫자놀음에 모두 눈높이에 문제가 생긴 걸까. 소박이라는 단어 자체가 소박(疏薄)맞은 듯하니 말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소박의 의미는 알리고 싶다. 꿈이 소박하면 소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큰 것을 짊어진 대가로 감옥과 집을 오가며 사는 재벌과 정치인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가. 그보다 시골에서 삶을 개척하는 젊은 부부들 이야기가 훨씬 행복하게 전해온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가끔은 세상 보는 눈이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도 된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레기네 슈나이더는 ‘새로운 소박함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인식 변화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말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욕구를 하향조정하고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어 단순해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서구에서 유행하는 행복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전한다. 소박한 생각을 가지면 인생에 의외의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인생의 답은 결코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김미숙(마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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