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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어느 의사의 따뜻한 슬픔- 김민규(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8-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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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와 난임 극복에 대한 국가과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의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28세의 젊은 부인이 임신 사실을 알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궁에 심한 염증이 생겨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도 자궁에 유착이 생기고, 회복이 불가능하여 불임 판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의사 선생은 젊은 부인의 회복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난임 관련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난임 치료와 관련된 이번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동연구에 임하는 의사 선생의 마음엔 그녀와 같은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돕는 전문가로서 그의 따뜻하고 슬픈 고백이 연구진 모두에게 강한 동기 부여가 됐다. 따라서 진행하려는 연구를 성공시켜서 그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35만7000여명으로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1.05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중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따른 결과겠지만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연령도 점점 고령화되어 30%에 가까운 산모들이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고령의 초임은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져 출산율에 큰 타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난임(질병코드 N97)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여성의 경우 20만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청년 실업, 소득, 주택 가격 상승 등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병원을 찾는 난임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증빙이기도 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 난임의 원인은 경우 원인불명(46.3%), 나팔관 장애(19.1%), 배란장애(16.6%), 자궁내막 장애(13.5%) 등 다양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출산장려금 및 영유아보육지원 등에도 출산율이 향상되거나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난임 또는 불임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더욱 부족해 출산율 향상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결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와 관련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사회학자들은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가족관과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충돌,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으로 국가의 존립과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접근의 대책과 지원은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자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저출산대책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했던 저출산 정책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로 비현실적인 지원수준, 효과성 대비 낮은 효율성, 영유아 보육에만 치중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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