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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산 진달래- 이승철(시인·수필가)

  • 기사입력 : 2018-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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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우리나라 남쪽 바닷가로부터 상륙한다. 거제도 남쪽 바닷가에는 삭풍의 가지 위에서 정염의 불꽃을 토해 내는 동백꽃이 봄의 길목에서 화신을 맞이한다.

    꽃샘추위가 물러서고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상큼한 봄바람이 사랑가를 부르며 다가오는 고갯길에는 산벚꽃이 향기를 피우며 외롭게 피어 있다.

    봄은 만물을 소생시킨다. 화신은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마음도 봄소식과 함께 따사롭게 녹인다. 그래서 봄은 마음을 열고 뜻을 새우는 생동의 계절이다.

    조잘거리는 시냇물 소리에 잠을 깬 개나리가 황금 손을 흔들고 나목의 가지 위에서 목을 길게 뺀 목련화가 화사하게 웃으면 봄 소식을 전한다.



    양지바른 산록에서 봄나물을 캐는 여인들의 손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물이 난 갯가에서 해조류를 채취하는 아낙네들의 발길 따라 봄이 묻어난다.

    봄은 여인의 옷깃에서 오는 것일까. 무거운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어느새 화사하고 가벼운 옷들을 입은 모습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두메산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진달래는 고향의 정처럼 고운 향기를 피우며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시골 처녀의 수줍은 모습처럼 소박한 진달래 군락지가 거제시 장목면 대금산 북쪽 중금산 일대에 있다. 약 20만 평 되는 능선에 꽃밭을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세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곳이다.

    대금산은 큰 닭이 비상하는 형국인데 닭의 깃털처럼 진달래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온 산은 불타는 듯 장관을 이룬다. 특히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고운 달빛은 진달래 꽃밭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연인과 가족들이 몰려와서 한 길이 넘는 꽃길을 거닐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이처럼 즐거워하는 봄의 놀이터다.

    어린 시절 봄이 되면 양식이 떨어져 보리죽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며 살 때다. 그럴 때 진달래가 피면 이웃집 순이 누나와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 꽃잎을 따 먹고 산골짜기 돌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진달래가 필 때면 초가삼간에 살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꽁꽁 언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봄의 문턱에서 향기를 피우는 진달래는 희망이 넘치고, 사랑의 향취는 싸늘한 산록에 꽃바람을 일으킨다.

    그 시절 진달래를 좋아하는 처녀와 산을 좋아하는 총각이 꽃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누가 이 꽃밭에서 결혼식을 올릴지?

    봄은 꽃을 부르고 꽃은 사랑을 부른다. 대금산의 진달래꽃 노랫소리가 바다를 건너 육지에 오르면 비로소 봄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이승철 (시인·수필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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