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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지구촌-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8-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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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쓴웃음을 짓게 한 뉴스가 있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재선출된 날에 베이징에 첫눈이 내렸다는 것. 이를 두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국가주석 재선출을 축하하는 상서로운 서설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일각에서 기상국의 사전 예보가 없었고 겨울이 다 가고 3월 중순에야 눈이 내린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인공눈으로 밝혀졌다.

    군주시대 제왕들이 권력 강화를 위해 괴기한 자연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민중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석직 임기제한 폐지는 중국 정치체제의 후퇴다. 덩샤오핑이 독재와 전횡 끝에 중국을 문화대혁명의 사지로 몰아넣은 마오쩌둥의 절대권력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안착시킨 집단지도체제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종신집권, 개인숭배의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서 76%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네 번째 집권에 성공,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하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시황제’, 푸틴 대통령에게는 ‘차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제정 러시아시대 차르와 중국을 거대 제국으로 통일한 시황제는 절대권력의 대명사다. 두 사람의 장기 집권과 독재에 대한 우려와 비아냥이 뒤섞인 별칭인 셈이다.

    1인 절대권력 구축은 더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21세기의 시대적 조류와 배치된다.

    중·러 양국의 권위주의적 절대권력은 국제무대에서 힘에 기초한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강화로 나타날 듯하다.

    이는 취임 이후 통상과 외교, 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걸고 동맹국과의 마찰도 불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충돌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아베 신조의 일본은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개헌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제국시대 열강들이 그랬던 것처럼 4강 모두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어 남중국해나 시리아, 팔레스타인, 크림반도 등과 같은 지역적 현안에서도, 무역·통상과 같은 경제적 현안에서도 대치 격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대립구도가 격화될 전망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양국과 교역이 많은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유탄을 맞게 된다.

    영국의 정치가인 로드 액턴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역사는 대다수의 절대권력이 비극으로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절대권력이 소멸되기까지 인권·언론·사상은 통제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됐고, 지구촌 곳곳이 예기치 않은 몸살을 앓게 됐다.

    몇몇 인간의 부질없는 권력욕 때문에….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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