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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미친개’- 김용훈 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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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미친개’ 발언이 화제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정권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논평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항의가 커지자 장 의원은 수일 후에 SNS를 통해 사과 메시지를 남겼지만 경찰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1976년 8월 11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벌어졌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인 반응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판문점 도끼만행은 북한 군인 30여 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UN군 측 제3초소 부근에서 미루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하고 경비병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다. 보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 보복 응징을 시사하며 ‘미친개’라는 표현으로 당시 북한을 비난했던 것이다.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우리말에는 ‘미친개’가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어가 유독 많다. 사전을 찾아보면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제격’. ‘미친개에는 몽둥이찜질이 제일’, ‘미친개는 때려잡아야 한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이 말들은 모두 북한 속담으로 돼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응징을 강조하기 위해 역으로 북한식 표현을 차용했던 것일까.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은 산문집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1928)에서 “물에 빠진 미친개는 몽둥이로 쳐야 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에 대해 “물에 빠진 미친개를 구해줘봐야 그 개는 은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해준 사람을 물어 죽일 수 있다. 땅에 있건 물 속에 있건 모조리 때려야 할 부류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의미는 자못 섬뜩하다. 이처럼 ‘미친개’는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비난받고 응징받아야 할 대상이다. 미친개로 지칭되는 대상은 적어도 그 시기에 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경찰은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응징해야 할 적은 아니다. 일부든 전체이든 우리의 부분이다.

    김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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