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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3만달러 시대’가 온다는데…-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8-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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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가 열린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17년 국민계정(잠정치)에 따르면 1인당 GNI는 2만9745달러로. 전년 대비 7.5%가 증가했다. 3만달러에 불과 255달러가 모자란다. 이제 0.9%만 늘어나면 3만달러 고지를 밟게 된다. 전망은 낙관적이다. 수출이 지속 증가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GNI 산출에 중요한 요인인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이 하락해 원화가 강세를 띨수록 달러화로 환산한 수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GNI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도 “1인당 GNI 3만달러 달성에는 경제성장률보다 환율 영향이 크다. 올해 환율은 전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여 달성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기본 지표로 활용된다. ‘1인당 GNI 3만달러’는 선진국이라는 상징성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24개국이 이 범주에 든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1994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어섰고,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달러를 돌파했다. 2007년에는 2만2992달러까지 올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년 연속 미끄러져 2009년에는 1만8256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2만7000달러대에서 맴돌았다. 12년째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선진국들이 2만대에서 3만대로 진입하는 데 평균 10년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느린 편이다.

    94년(1만달러), 2006년(2만달러), 2017년(3만달러). 단순 계산상 사는 형편도 2배나 3배 정도 좋아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GNI는 가계와 기업, 정부 소득을 합한 것이다. 개인의 호주머니가 두둑하려면 가계 비중이 높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계 비중이 55.7%에 그쳤다. GNI가 증가했지만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정부에 쏠렸다는 것이다.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역성장하다가 4분기에 1.6% 소폭 성장으로 돌아섰다. 노동소득 분배율도 소폭 감소했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노동의 가치가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고, 소득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 흘러간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잘산다’를 실감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국민경제 전체가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1722조5000억원이었다. 이 중 가계가 가져간 비중은 56.0%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줄었다. 기업 비중도 20.6%로 전년 대비 0.4%포인트가 하락했다. 반면 정부의 총처분가능소득만 가계와 기업에서 줄어든 0.7%포인트를 가져가 23.8%로 늘었다.

    성장의 결실이 국민 삶까지 미칠 수 있는 모델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고용이나 소득 배분 등 생활과 가장 맞닿은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3만달러’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불꽃놀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박탈감과 괴리감만 안겨줄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노동의 가치도 높아져야 한다, 소득 보전을 위한 사회안정망 강화도 필요하다. ‘3만달러’의 무게를 감당할 조화로운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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