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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다크 투어리즘-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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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이 어디론가 떠나보라고 등을 떠민다. 여행의 계절이다. 목적에 따라 여행에도 다양한 이름이 있다. 남을 돕기 위해 가는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 농촌으로 가는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러 가는 에코 투어리즘(Eco Tourism), 그리고 영화 속 명소를 찾아가는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이 그것이다.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많은 이가 희생된 재난·재해 발생지역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고자 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도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지난 1996년 처음 나왔지만, 2000년 스코틀랜드의 맬컴 폴리, 존 레넌 교수가 함께 지은 동명의 책이 출간되며 널리 쓰이게 됐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캄보디아 킬링필드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몇 군데 있다. 광주 5·18민주묘지, 거제 포로수용소,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그리고 제주 4·3평화공원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며 잠시라도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아름다운 섬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4·3사건이 있다. 1948년 4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여년간 공권력에 의해 당시 제주도민 10분의 1인 3만명가량이 학살당한 참혹한 역사가 있고 그것을 기록한 곳이 4·3평화공원이다.

    ▼2018년 제주는 4·3 7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 제대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당시 그 뼈아픈 고통을 기억하는 생존자들이 점점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4·3사건으로 가족과 이웃을 잃은 소녀·소년이 지난 70년간 피맺힌 아픔을 딛고 일어나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가며 일군 땅이다. 우리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또 행복을 찾기 위해 제주에 간다면, 이제라도 제주가 가진 다크 투어리즘의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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