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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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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실업률 - 손택수

  • 기사입력 : 2018-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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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 싣고

    여의도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 오르는 꽃들,



    보다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 올해도 봄 벚나무에는 꽃폭죽을 뒤집어쓴 듯 벚꽃이 만개하고 그걸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꽃길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점상들이 몰려온다.

    시인은 이런 현상을 두고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을 ‘보다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벚꽃전국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이라고 상상한다. 벚꽃전국체인망은 남쪽에서부터 ‘여의도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 올라 전국의 실업자들을 먹여 살린다니, 이 얼마나 휴머니티하고 갸륵한 상상인가! 그러니 벚꽃체인점에서는 물 한잔, 빵 한 조각도 공손히 감사하며 받아먹어야겠다.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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