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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18-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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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은 그 열기만큼이나 실체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등의 혁신적인 기술발달로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쪽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과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3.0에서 출발한 인더스트리 4.0이 살짝 옷을 갈아입고 신상품인 양 포장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좀 더 과장하면 지구온난화 문제가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덧씌워지며 음모론까지 대두되다가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용어로 살며시 순화되어 가는 현상처럼, 4차 산업혁명도 산업사회를 주도하려는 몇몇 기술 강국들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졌다가 어느 순간 열기가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적어도 산업혁명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사회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진보적인 기술이어야 한다. 먼저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해 더 이상 인간이나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원하는 곳 어디에나 동력원을 설치할 수 있게 되고 기계를 활용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의 발견과 전기기기의 발명을 통해 하나의 동력원으로 기계의 운전뿐만 아니라 빛과 열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에너지 변환이 가능하게 되면서 초기 자동화 형태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이른바 지식정보사회의 출현과 함께 인간이 아닌 기계가 인간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이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증기기관에 이어 자동차 내연기관이 발명됐다고 우리가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부르지 않고,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고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부르지 않듯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구현한다고 새로운 산업혁명이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상황일 뿐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딥러닝 관련 책들을 보면 십수 년 전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구현해 보았던 과제물들에서 진일보된 것이 없다. 물론 관련 분야 연구하시는 분들이야 최첨단을 걷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뭐가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할 것인가? 아마도 진정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기술 개발은 에너지 분야에서 나올 것 같다. 기존의 에너지원을 대신할 친환경적이면서 무제한의 에너지원, 쉽게 표현하면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아이언맨의 심장인 아크리액터나 인공태양 같은 것 말이다.

    친환경이고 무제한이면서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다면 기존 기술의 활용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은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경제적으로 구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가치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에너지원에 의해 현재 개발된 모든 기술이 구현된다고 상상해보라.

    숯을 무제한으로 다이아몬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고, 나노소재들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고, 양자 컴퓨터를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되며, 초전도현상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나 전기자동차 등이 당장에 우리 곁에 돌아다니게 된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제한됐던 해수담수화가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되면 중동을 포함한 전 인류의 식수난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다소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화두로 거론했지만, 정작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은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패스트팔로워가 되기보다는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혁신적인 기초기술 개발에 퍼스트무버로서 도전을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보자는 것이다.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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