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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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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에 대한 인식은 시공을 뛰어넘는 공통분모가 있다. 약 2500년 전 공자는 40살을 불혹(不惑)이라 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의 체득으로 봤다. 맹자는 이를 부동심(不動心)으로 정의했다. 어떤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같은 맥락이다. 19세기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남자 나이 40살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연륜에 비례하는 됨됨이, 즉 ‘나잇값’에 대한 도덕률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 화두다.

    ▼‘나잇값’은 부정적 뉘앙스를 내포한다. 흔히 ‘나잇값 하라’는 말을 한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이다. ‘나잇값 못한다’는 말은 인간 본질에 대한 채찍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그에 비례한 성정과 품격을 갖추기 어렵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밥값’이라는 말도 인생의 큰 짐이다. ‘밥값 한다’는 제 몫을 감당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평판은 나잇값이나 밥값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나잇값을 단순히 생물학적 노화와 직결하는 건 무리다. 나이와 무관하게 각자 삶에 대한 ‘제 값’의 평가다. 지극히 상대적이고 모호하지만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사고와 행동규범이 보편적 기준이다. 부끄러움의 자각 여부가 우선한다. 나이 먹을수록 사회적 기대와 비례해 나잇값에 대한 요구 수준은 높아진다. 내세울 것 없는 이들이 나이를 벼슬 삼는다.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라는 합성어까지 생겼다. 나이만 앞세워 군림하려 들면 속칭 ‘꼰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갈수록 세대 간 갈등은 심화한다. 젊음은 배타적이고 노년은 아집(我執)으로 무장했다. 다른 세대를 백안시(白眼視)하는 불신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의식은 존재에 종속한다. 나이 들수록 스스로 낮추고 베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잇값은 저승길 노잣돈이라고도 한다. 법구경의 한 구절이다. ‘젊어서 선행을 쌓지 않고 정신적 재물을 모은 것도 아니면 고기 없는 빈 연못을 지키는 늙은 백로처럼 쓸쓸하게 죽어간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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