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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름다운 축제- 김시탁(창원예총 회장)

  • 기사입력 : 2018-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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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가 팔레트 위에 물감만 짜 놓아도 봄은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리고 세상의 꽃들이 일제히 꽃봉오리를 터뜨려 전국이 봄꽃축제로 열풍이다. 우리 지역에도 진해군항제를 비롯해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로서 십리 벚꽃길로 잘 알려진 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진해군항제는 열흘간 개최되어 내일로 막을 내리지만 축제기간 첫 주말 방문객이 2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과연 전국적인 명성에 걸맞다. 곧이어 이달 13일부터 5일간에 걸쳐 남지 낙동강 변에서 전국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유채꽃 축제가 막을 연다. 그 뒤를 이어서는 산청과 합천에서 열리는 철쭉축제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릴 것이다.

    축제는 낯선 사람과도 말을 트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함께 사진을 찍으며 술잔을 건네기 좋은 솔깃한 빌미와 발칙한 수작의 다리를 놓아준다. 꽃은 화려하고 봄은 찬란하니 사람들 마음도 들떠 있어 저울에 달아도 눈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꽃그늘에 묻혀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며 정도를 가면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축제가 있는데 바로 창원 고향의 봄 예술제다.

    고향의 봄 축제는 우리 고장이 낳은 아동문학가 동원 이원수 선생의 ‘고향의 봄’을 테마로 개최돼 올해 31회째를 맞았는데, 지난 토요일에 개막해 이달 28일까지 창원 전역에서 펼쳐지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봄 축제다. 축제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행사를 위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와 이벤트가 펼쳐진다.

    창원예총이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고향의 봄 백일장’과 ‘미술, 서예 실기대회’를 선두로 무용, 연극, 연예, 음악, 국악, 사진 등 고품격 공연과 전시행사를 병행하여 선보이고, 고향의 봄 기념 사업회와 MBC 경남이 어린이들을 위한 잔치로 ‘고향의 봄 잔치’와 ‘고향의 봄 창작동요제’를 개최한다. 축제 막바지인 4월 중순 14일과 15일 양일간에 걸쳐서는 북면청년회가 ‘천주산 진달래 축제’의 축포를 쏘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일상을 벗어던지고 흥청망청 즐기는 일회용 축제가 있는가 하면 야위어가는 의식을 살찌우며 영혼의 배를 부르게 해 충전된 추억이 방전되지 않는 축제도 있는데 창원 고향의 봄 예술제처럼 문화 예술 행사가 주축을 이루는 축제가 바로 그러하다. 그러나 극장과 갤러리 공연장엔 눈부신 햇살 아래 만개한 꽃도 없고 나비조차 날지 않으니 한적하기 그지없다. 영혼이야 대놓고 꼬르륵 소리를 내지 않으니 배만 부르면 된다는 안일함이 고리타분한 문화행사보다는 흐드러지게 핀 꽃 잔치 쪽으로 무작정 핸들을 돌리고 일방통행한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문화의 멍석위에는 적막이 내려앉고 창작에 목을 매단 예술가들은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니 이참에 대중들이 산으로 들로 꽃놀이만 몰려갈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찾고 연극이나 공연도 관람하며 문화예술을 즐겨보면 어떨까. 문화 예술로 재단된 옷을 입고 마음속 희열을 맛본다면 밀려오는 감동으로 새로운 눈을 뜨고 신세계를 만날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축제는 계속된다. 장미축제, 수박축제, 전어축제가 이어지고 국화가 만개하면 국화축제가 전국의 사람들을 끌어당길 것이고 진주의 촉석루를 밝히는 유등이 남강을 수놓을 것이다. 꽃들이 만발한 축제는 화려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축제는 풍성해도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황량한 바람이 분다. 지각과 감각의 공존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기억이 마르지 않고 담수된 채 저장되는 축제는 문화예술의 텃밭에 꽃나무 하나 심고 정성껏 물주고 가꿔 향 짙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 나무 아래 멍석을 깔고 즐기는 축제가 가슴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튼실한 열매를 맺기에 진정 아름답다.

    김시탁 (창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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