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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악에서 배우는 교훈- 박섭(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8-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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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四十)도 못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 흙이로구나!’(중략)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냐. 저 세상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며 놀아보세.(사철가 중)

    우리 전통 판소리 가사 말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상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어찌 그렇게 세상살이를 해학적으로 잘 풀어내셨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 인생 팔십 중에 병들고 아프고 잠자는 시간과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다 빼고 나면 정작 사십밖에 못 살진데, 행복하기도 짧은 인생 중에 무슨 쓸데없는 고민들을 하고, 남들을 비방하고 살 것인가! 양보하고 배려하고 즐겁게 살자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나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리모델링할 수 있는 노랫말인 것 같다.

    얼마 전 친구 부모님 문상을 간 적이 있다. 친구를 위로하는 말 중에 나의 살아계신 부모님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때 대뜸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야! 자네는 험담할 부모라도 옆에 계시지 않느냐! 나는 이제 그런 불평불만을 들어줄 부모도 없다네. 살아 계실 때 잘해드려라”는 말이다.

    유행가 중에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라는 노래 가사 말도 있지만, 우리 판소리 대목 중에 ‘사후(死後)에 만반진수(滿盤珍羞)는 불로생전(不老生前)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 하느니라’는 대목도 있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가득 차린 제사상의 음식일랑 살아생전에 소주 한 잔보다 못하다는 얘기다. 결국 내 옆에 살아계실 때 후회하지 말고 잘 모시자는 조상님들의 교훈이다.

    또 하나 오늘날 우리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국곡투식(國穀偸食:나라 재물을 훔치는 자)하는 놈과 부모불효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잔 더 먹소 덜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세’라는 멋진 구절이 있다.

    나라 곡식을 축내는 자격 없는 정치인들과 천륜(天倫)을 어기는 불효자식들에게 일침(一鍼)을 가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가 “옳소, 맞소, 졌소”라는 소 세 마리를 키우며 범사에 감사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살며, 부모님 살아생전에 섬기기를 다하고 윤리적으로 더불어 살아간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박 섭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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