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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15) 제22화 거상의 나라 75

“쑥국을 보니까 봄이라는 느낌이 드네”

  • 기사입력 : 2018-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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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한참 동안이나 보았다. 전통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산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산이 울리는 것 같았다.



    높은 산은 푸르고

    시냇물은 맑네.

    아리산의 처녀는 물처럼 아름답네.

    아리산의 소년은 높은 산을 닮았네.


    대만의 아리산에서 불리던 민요가 중국 전역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있었다. 중국의 유명한 가수들이 다투어 불러 이제는 국민 민요가 되었다.

    ‘전통의상을 입으니까 우리 산사가 공주처럼 예쁘네.’

    김진호는 산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다. 김진호는 산사와 통화를 마치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응암동 산동네 주택가에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비가 쉬지 않고 오네.’

    옥탑방에서 듣는 빗소리에 이상하게 센티멘털해지는 기분이다. 김진호는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홍인숙이 쑥국을 끓였다.

    “쑥국을 보니까 봄이라는 느낌이 드네.”

    쑥국을 한 숟가락 뜨자 향기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제 내가 먼저 잠이 들었죠?”

    홍인숙도 마주 앉아 식사를 했다. 쑥스러운지 엷게 웃었다.

    “그러게.”

    “양주를 마셔서 그런가봐요. 오늘은 뭐 할 거예요? 오늘까지 연휴인데.”

    “특별하게 할 일이 없는데.”

    “우리 기차여행해요.”

    홍인숙이 눈을 반짝였다.

    “기차여행?”

    “춘천까지 기차를 타요. 거기서 춘천막국수와 닭갈비를 먹는 거예요.”

    “괜찮을 것 같네. 연휴인데 기차를 탈 수 있을까?”

    “호남선이나 경부선 아니면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서울에 돌아오면 영화 구경이나 뮤지컬을 보고요.”

    “좋아.”

    밤늦게까지 추적대던 비는 새벽에 그쳐 있었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차는 충분히 탈 수 있었다.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기차는 10분 정도 기다리자 출발했다. 옛날의 기차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역사도 대부분 새로 짓고 기차도 내부가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옛날 기차 모습을 생각했던 김진호는 실망했다. 차량도 모두 바뀌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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