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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16) 제22화 거상의 나라 76

“그래도 여행을 하니까 즐겁네요”

  • 기사입력 : 2018-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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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는 의병장 유인석의 무덤이 있었다.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남면 가정리에 있는 유인석의 묘역을 취재한 일이 있었다. 그때의 일이 아스라하게 떠올랐다. 차가 없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춘천까지 가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묘역에 가느라고 고생을 했었다. 김진호는 홍인숙을 따라 차창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아파트가 참 많네요.”

    차창을 내다보면서 홍인숙이 중얼거렸다.

    “옛날하고는 다르지? 옛날에 가난한 시골 마을뿐이었는데.”

    차창으로 아파트와 펜션, 모텔들이 지나갔다. 산을 사이로 강이 흐르고 기차가 강 옆으로 달렸다. 양평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서울로 내려오는 한강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이쪽은 부자들의 별장이 많았는데.’

    청평 쪽을 지날 때마다 별장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부러웠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자들을 보자 한국의 부자들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중국의 부자와 한국의 부자는 다르다.’

    이제는 한국의 부자가 부럽지 않았다. 김진호는 어떻게 하든지 중국의 부자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시골 사람들이 왜 아파트에 사는지 모르겠어.”

    “여자들이 청소하기 싫어서 그렇대요.”

    김진호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여행을 하니까 즐겁네요.”

    “여행을 하지 않아?”

    “최근에 서울을 벗어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홍인숙은 자주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래도 경춘선은 강을 따라 달리고 산을 끼고 달려 경치가 좋았다.

    “중국에 점포를 몇 개나 낼 생각이에요.”

    “약 만 개….”

    “천 개도 아니고 만 개요?”

    “우리나라는 인구가 5000만명밖에 안 되지만 몇백 개의 대리점들이 있어. 중국은 자그마치 15억이야.”

    “대체 그 사람들이 다 무얼 먹고 살아요?”

    “중국은 인구도 많지만 땅이 엄청 넓어. 우리나라와 비교를 할 수 없지.”

    “중국은 공산국가잖아요?”

    “그래도 아가씨들이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기술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요?”

    “값도 싸고 기술도 떨어지지. 그렇지만 기술은 발전해. 교육수준도 아주 높고.”

    한국을 능가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중국이 러시아를 이길 수 있어요?”

    김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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