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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육아노동의 경제적 가치- 조윤제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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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어머니라는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아이를 잉태해 태교하고, 엄청난 고통으로 출산하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눕히며 헌신하는 엄마라는 가치. 그뿐인가.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서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툭툭 신경질 부리는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잘 못해줘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으로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라는 가치. 엄마와 어머니는 인간으로서 그 존엄적 가치를 부여받았지만 그 어깨에는 늘 버거운 계급장을 달고 사는 여인이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정책 여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를 보면 엄마가 일하지 않고 가정에서 전업으로 양육한다고 했을 때 그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육아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월 평균 235만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01만~200만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7.5%, 201만~300만원 26.5%, 1만~100만원 19.3% 순이었다. 이는 자녀 1인당이 아닌 양육 전반에 대한 가치를 뜻한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2015년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329만원, 중위소득은 241만원이었다’는 판단자료를 제공했다. 응답자들은 이 판단자료를 바탕으로 육아의 경제적 가치를 월 평균 235만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연구소 측은 이처럼 육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월 평균 235만원으로 매긴 것은 응답자들이 육아를 가치 있고 중요한 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많은 엄마와 어머니들에게 자신들의 양육가치가 월 평균 235만원쯤 된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아마 인정 못하는 엄마와 어머니가 더 많지 않을까. 잉태의 묵직한 불편은 물론 출산의 찢어지는 고통과 후유증을 감수하고, 커 가는 아이에게 자신의 젊음을 오롯이 이입하는 헌신의 탈바꿈 과정은 필수적이다. 그 변태 과정에서 엄마와 어머니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자녀양육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런데도 엄마와 어머니의 월급이 평균 235만원이라면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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