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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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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역경제 무시하는 경제논리-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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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조선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해법을 놓고 두 시각이 상충되고 있다. 크게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다. 이윤을 목표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은 경제논리에 따라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과 지역경제와 고용안정 등을 고려하는 정치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기업의 구조조정을 보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논리가 우선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를 적용하면서 STX조선과 한국GM도 경제논리로 풀겠다는 방침을 계속 밝히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실기업 처리 문제에 청와대와 정치논리가 끼어드는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겠다고 한다. 지난 10일 STX조선 노사확약서 제출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정부는 한국GM의 구조조정과 자구계획안 수립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맡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이 부실기업 정리에 경제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은 서울을 중심으로, 경제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2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위기의 주력산업, 기업의 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는 정치적 판단보다는 시장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데서 이 같은 흐름을 찾을 수 있다. 한 토론자는 “국책은행이 정치적인 이유로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면, 잠시 수명을 연장하지만 구조조정 지연으로 결국 도산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면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지역경제와 고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GM과 STX조선이 지역경제와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창원의 경우, 이들 기업의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이어지는 일자리까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차는 지방분권에 대한 서울과 지방 간 시각차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을 반대하는 서울은 기업 구조조정에 경제논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지방은 시장경제논리보다는 지역경제를 감안한 논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지역경제와 고용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정치논리라는 것은 서울 중심적 사고다. 경제활동은 공간적 제약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지역경제(regional economy)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창원의 입장에서 STX조선과 한국GM 창원공장의 정상화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지역경제논리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기업의 문제는 서울 중심의 경제논리가 아닌 지역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제논리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겪고 있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도시)는 좀비기업을 퇴출시키고 지역재생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STX조선에 대한 협상과정을 보면 조선산업이나 지역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 ‘금융논리’로 재단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STX조선과 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에는 먼저 기업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한 뒤 경쟁력 확보방안을 찾고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실업사태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하지만, 정부가 한 것이라고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것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오로지 채권단의 입장에서 ‘돈’만 부각됐다.

    산업구조조정을 할 때에는 경제논리와 함께 지역경제와 고용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은 지역분권은 안중에도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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