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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핑거(Fat Finger)- 이문재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8-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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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빠져나간다. 고사리손으로 겨우 쌓은 모래성이 해일같은 썰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도 별 방도가 없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내고, 알뜰살뜰, 다음 달 월급만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대개의 월급쟁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때문에 덜컥 큰돈이라도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기면 예사 낭패가 아니다. 이리 막고 저리 돌려쳐도 결국 빚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냥도 팍팍한데 빚까지 쌓이면 월급이 빠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가끔 위안 삼아 상상을 해본다. 통장에 어마어마한 거액이 꽂혔다. 어떤 경로로, 어떤 이유로 입금이 됐는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돈이 들어왔다. 어떻게 할까. 일단 빼서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사태(?)를 주시한다. 상상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는 사실 모르겠다. 그런 행운이 찾아오길 만무하고, 만약 생기더라도 온전히 내 돈이 될 수도 없을 터. 그래도 내 통장에 거액이 다녀간 자국이라도 한 번 남았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생각을 해본다.

    ▼최근 ‘팻 핑거(Fat Finger)’가 이슈가 됐다.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을 지급하는 실수를 범하면서다. ‘팻 핑거’는 말 그대로 ‘굵은 손가락’이란 뜻이다. 증권 매매 담당 직원이 매매 가격이나 주문량을 실수로 잘못 입력하는 것으로, 키보드보다 손가락이 굵어 입력 실수를 저질렀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번 사고로 삼성증권 유령 주식이 110조원대로 발행됐고, 이 중 2000억원이 시장에 유통되는 혼란이 발생했다.


    ▼팻 핑거의 발단은 단순한 실수지만 여파는 엄청나다. 돈의 손실뿐 아니라 회사 파산으로까지도 이어진다. 이른바 ‘시장의 탐욕’으로 인한 사고다. 반면 이번 삼성증권 사고는 ‘사람의 탐욕’ 때문이다. 자신의 회사가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기보다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변명의 여지도, 지탄을 피할 길도 없다. 살찐 ‘손가락’이 아니라, 너무 살이 오른 ‘욕심’이 문제였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마련해야지만, 욕심을 다이어트하는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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