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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2018 아트 바젤 홍콩'을 가다

매출 1조원… 세계인 사로잡은 아시아 문화예술 중심
정종효 (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 기사입력 : 2018-04-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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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미술의 안주인이 된 Art Basel HK

    3년 전 본 지면에 세계 아트페어 왕좌에 군림하고 있는 ‘아트 바젤(Art Basel)’로 인해 아트천국으로 변모하는 홍콩의 모습을 조망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31일 막을 내린 Art Basel HK(아트 바젤 홍콩)과 홍콩을 둘러본 소감은 ‘홍콩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필자는 아시아의 선두 아트페어로 부상했던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디렉터였다. ‘ART HK’을 론칭한 지 얼마 안 된 디렉터 매그너스 랜프류(Magnus Renfrew)는 필자와의 첫 만남에서 KIAF가 규모와 수준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함에 부러움을 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보자면 하늘로 승천한 아트페어와 추락하고 있는 아트페어, 그 위상은 흔히 하는 이야기로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KIAF 자리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묘한 감정이다. ART HK은 5년 전 아트 바젤이라는 거물로 변신했고, 이를 업은 금융과 관광의 도시 홍콩은 지금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 다양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채워나가고 있다. 미국의 뉴욕, 유럽의 런던처럼 홍콩은 지금 미술계에서 아시아의 안주인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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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9~31일 열린 ‘2018 아트 바젤 홍콩’ 전시장 내부.



    ◆ART HK에서 Art Basel HK로

    비자금과 얽힌 미술품 거래의 불미스러운 사회적 이슈, 양도차익 과세라는 세금문제, 가격의 거품, 미국발 리먼사태의 후유증들로 잘 나가던 한국미술시장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전략적 홍보마케팅과 양적 팽창보다 질적 팽창에 집중했던 ART HK은 꾸준히 성장했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트 바젤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스위스 ‘아트 바젤’과 미국을 포함한 미주 시장을 겨냥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의 성공에 이어 아시아 시장을 점유할 거점으로 5년 전 ART HK을 선택했다.

    자유로운 금융거래, 아시아의 유리한 접근성, 글로벌 도시브랜드, 작품거래의 면세, 중국어와 영어의 자유로운 소통 환경으로 아트페어에는 최적의 조건인 홍콩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선택한 것이다. 2013년 아트 바젤은 ART HK의 지분을 약 60%를 가지면서 ‘Art Basel HK’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인 아시아 미술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역시 아트 바젤의 브랜드파워는 대단했고 내용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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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작가 아이 웨이웨이 작품.



    ◆2018 Art Basel HK 어땠나

    아트 바젤에 참가한 갤러리와 작가의 작품 수준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정평이 나있다. 출품된 작품의 성향을 보고 세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작가의 작품에 대한 정보가 빠르고 수준 높은 새로운 작가와 신작들이 쏟아지며, 보지 못했던 20세기 고가의 작품들도 대거 출품된다. 아트 바젤 홍콩은 기본적으로 약 50% 정도 아시아의 갤러리를 참여시키고 아시아 미술에 대해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미술의 동향을 빨리 그리고 넓게 읽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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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큐브 갤러리 전시장 내부 안토니 곰리의 작품.

    이번 아트 바젤 홍콩에 출품된 작품들은 입체 작품과 미디어 작품들이 확연히 많았다. 평면의 한계성에서 벗어난 오브제 작품들이 월등한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전통 기법의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꾸준히 보였다. 이는 작년 바오리(保利) 경매에서 약 1500억원에 낙찰된 중국 미술의 거장 치바이스(齊白石)를 비롯해 중국화에 관한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의 미술이 두각을 보이는 해였다. 3년 전 6개의 갤러리에서 올해는 9개의 갤러리가 참가했고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를 포함한 인도 작가들이 주목받은 해였다. BMW가 후원하는 올해의 아트 바젤 상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아스타 부타일(Astha Butail)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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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작가 신지 오마키 작품.



    아트 바젤은 지난 몇 년간 아시아 중심의 개인 컬렉터 유도를 안정화시켰고 올해는 세계 유명 미술관과 컬렉터에 집중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뉴욕의 디아 아트파운데이션, 뉴욕 구겐하임, 런던 테이트모던 등 100여 개의 세계미술관의 디렉터와 관계자를 불러들였다. 이는 객관적인 검증으로 유럽과 미주의 컬렉터를 모으고 위상을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안토니 곰리, 제프 쿤스같은 미술계의 스타급 작가들도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만났다.

    구조는 수준이 검증된 일반 갤러리 섹션, 기획된 작가의 대형 작품을 보여주는 Encoueter섹션, 한 갤러리에 한 작가만을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Insite, 갤러리가 출품한 부스 내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작가를 지정한 갤러리의 Kabinett 등 수준과 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관람객의 선호와 성향에 따라 동선을 쉽게 만들었다.

    아트 바젤은 1조원 이상의 작품 거래 결과를 기록하며 역시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 운영조직임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이미 세계 미술시장의 관심은 홍콩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홍콩은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VVIP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세계의 미술인들은 매년 봄 Art Basel HK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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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 작품.



    ◆한국인의 대이동

    컬렉터, 작가를 포함한 미술 관계자와 일반인까지 올해는 예년보다 한국에서 훨씬 많은 인구가 이동했다는 것을 홍콩 전역에서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 갤러리의 참가도 예년보다 많아졌다. 세계 3대 아트 바젤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학고재, 리안갤러리, 조현갤러리, 아라리오, 우손갤러리 등 11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작가로는 단색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백남준, 이우환, 김구림, 서도호, 양혜규, 이배, 남춘모, 박종규 등 내용면에서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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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센트랄 중국은행 빌딩에 들어선 화이트큐브 갤러리 입구.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의 컬렉터들의 미술품 쇼핑이다. 심사를 거친 한국인의 VIP카드 발급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깝게 많아졌다고 한다. 리먼머핀, 패이스와 같은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 컬렉터들의 작품 쇼핑에 힘입어 솔드아웃되고, 해외 신진작가들의 시험 무대도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성공적인 올해의 아트 바젤에 한국의 큰손들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국 미술시장에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지 오래지만 냉랭한 기운이 여전한 것에 비하면 매우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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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작가 나라 요시토모 작품.



    ◆세계 최고 아트를 추구하는 홍콩의 질주

    홍콩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쇼핑관광에 문화예술관광이 더해지고 있다. 센트랄의 Pedder 빌딩에는 세계 최대 갤러리로 불리는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를 포함해 10여 개의 갤러리들이 포진한 지 오래고 머지않은 곳에 화이트큐브 갤러리(WhiteCube gallery)와 페로탕 갤러리(Perrotin gallery)가 같은 건물에 들어섰다. 화이트큐브에서는 조각의 거장인 안토니 곰리의 신작을 전시 중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가운데 신축된 27층 규모의 H Queens 빌딩도 작년부터 대부분 세계적인 갤러리들로 채워지고 있다.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하우저&워스 갤러리(Hauser & Wirth gallery),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등 10여 개의 세계적 갤러리들과 한국의 SA+도 아트 바젤에 맞춰 주력 작가들의 전시를 대대적으로 보여줬다. 세계 최고의 갤러리에서 세계 최고 작가들의 작품이 거래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들 갤러리 중에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넘나드는 갤러리도 있다. 한국의 1년간 미술시장 총거래액이 4000억에도 못 미친다는 현실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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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기획 디자인 콜라보.

    세계 미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이들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그만큼 아시아 미술과 컬렉터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rt Basel HK과 세계 거대 갤러리들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홍콩에 입점해 활동 중인 크리스티(CRISTIE’S)와 소더비(Sothby’s) 경매회사까지 갖춘 홍콩은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3대 미술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하버아트조각공원에서는 안토니 곰리, 쿠사마 야요이, 제니 홀저, 트레이시 애민 등 스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내년에 개관 예정인 M+뮤지엄을 중심으로 서쿠륭의 아트빌리지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디자인, 패션, 갤러리, 레지던시,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PMQ(Police Married Quarters), AAA(Asia Art Archive)등의 아트 관련 콘텐츠들도 매력적이다.

    물론 중심은 ‘홍콩컨벤션센터’다. 홍콩컨벤션센터는 32개국에서 247개 갤러리가 참가한 Art Basel HK로 홍콩에 올림픽 유치에 버금가는 경제효과를 안겨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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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기획 디자인 콜라보.



    ◆아쉬움이 남는 우리 현실

    전 정부가 ‘문화융성국가’를 위한 문화예술정책으로 비전을 제시했었고 다시 새 정부가 출범해 문화예술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구상을 발표했으나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합이 5년의 시간이다. 소문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지난 5년간 아트 바젤이라는 브랜드는 홍콩을 예술관광도시로 바꾸고 세계가 아시아의 미술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컬렉터들조차 국내보다 홍콩을 찾고 있는, 왠지 씁쓸함을 감추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부문 예산 운용은 8조1700억원 정도로 책정돼 있고 전체 예산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 반영되는 예산 규모를 더하면 매년 많은 예산이 문화예술계에 투입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가? 예산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전략이 우선이지 않을까. 아트페어든 비엔날레든 미술관이든 명성 있는 롤모델을 찾고 무작정 따라 하기에는 많이 성숙해 있는 우리다.

    미술의 르네상스를 기대했던 10년 전 우리는 주어진 기회를 이미 한 번 놓쳤다. 이제 추종하거나 겉도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산업정책에 부합하는, 국가와 각 지역에 맞는 리더가 되기 위한 지략(智略)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정종효 (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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