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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불법선거 창구돼서는 안된다-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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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부경남지역에 사는 60대 신사를 만났다. 필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이며,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항상 반듯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바르게 행동을 하는 등 법 없이 사는 사람이어서 ‘신사’라고 표현했다. 그분을 존경한다. 특히 자신이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주변의 지인들이 어려우면 힘 닿는 데까지 도와주는 사람이다.

    종전처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화제가 지방선거로 돌아갔다. ‘선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긴 한숨을 내쉬며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풍토가 바뀌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멀고도 멀다”며 장탄식을 했다. 늘 미소만 띠는 그분으로부터 좀체 보기 드문 모습을 봤다.

    “지금의 지방선거 풍토가 어떻다는 겁니까?”

    그는 4년 전 지방선거 때의 얘기를 들려주겠다며 결론부터 말했다. “투표율 높이려고 만든 ‘사전투표제도’가 불법선거의 창구가 되면서 주민과 지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어. 이제는 제발 사라져야할 텐데….”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통합선거인명부 제도 도입으로 사전투표가 가능해졌다. 사전투표가 최초로 도입된 선거는 2013년 4월 24일 실시된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의 재보궐선거 때였다. 선거 당일 출장, 해외여행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유권자는 선거일 5일 전부터 이틀간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때문에 투표의 편리성이 제고되는 동시에 투표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올 지방선거일은 6월 13일이므로 6월 8·9일 이틀 동안 지역선거구 밖에 있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가 있다.

    그럼 무슨 문제가 있나. 그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없이 한참을 앞만 보다가 다시 얘기를 이어나갔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내가 사는 이 고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려줄게. 공무원 출장, 해외여행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선거일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유권자 수는 기관이나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많아도 3500명 정도인데, 70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했단다.”

    “100가구쯤 사는 마을에 70대 친척 분이 계시는데, 다리가 불편해 선거일 아침에 전화를 걸어 ‘모시러가겠다’고 여쭤봤더니, 그 친척 분으로부터 ‘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의가 사전투표했다’는 말을 들었어.”

    당시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농촌지역 노인들이 선거 당일에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그렇게 많을까?. 이틀 동안 전세버스, 승합차 등 100대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누가 관광을 시켜주었는지 그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모른다고 했다. “태어나 살고 있는 내 고향과 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 무척 혼돈스러웠다.”

    당시 그 지역의 단체장 선거에서 1, 2위 차이는 수백 표에 불과했다. “당선자는 재력가이고, 2위를 한 후보는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더라. 내 고장의 사전투표율이 인구 대비 전국 1~2위를 차지했다는 기록도 있을 거야.”

    사전투표에 동원된 사람들 때문에 당락이 좌우됐다면 불법이 합법을 이긴 선거다. 아니 ‘불법이 합법을 업신여긴 꼴’이다.

    지금 이 시간, 물밑에서 얼마나 많은 수법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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