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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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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세종 왕자 한남군 묘역과 풍수설계

  • 기사입력 : 2018-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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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엔 한남군(漢南君) 이어(1429~1459)의 묘가 있다. 세종의 12번째 아들이며, 혜빈양씨(惠嬪楊氏)의 소생이다. 단종복위 사건인 계유정난에 연루돼 1456년(세조2) 함양으로 유배됐다. 한남군은 휴천계곡의 새우섬에서 유배생활 4년 만에 한 많은 생을 마쳤다. 이후 비문에 따르면 무덤은 1557년(명종 12)에 조성됐으며, 1713년(숙종 39)에 후손의 요청으로 예를 갖춰 다시 안장됐다고 한다. 상하기복과 좌우요동을 거친 용맥(산줄기)은 튼실하고 매끈하며 기품을 갖춘 생룡(生龍)이다. 태조산인 백두산으로부터 천리(千里)를 뻗어 내려온 용맥은 마침내 이곳 한남군 묘역을 최종 안착 지점으로 잡았다.

    묘역 양쪽은 물길이 지나가는 곳인데, 묘역의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묘소는 지기(地氣·땅 기운)가 응집된 곳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본신용호(本身龍虎·자신에게서 뻗어나간 청룡과 백호)로서 좌청룡(좌측산)은 청룡과 안산(案山·앞산)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우백호(우측산)는 묘역을 유정하게 감싸고 있다. 하지만 청룡과 백호가 낮아 묘소로 흉풍이 치기 때문에 곡장(曲墻·무덤 뒤에 둘러쌓은 나지막한 담)이 있는 것이 좋겠다. 낮은 안산이 흉풍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데, 비보(裨補·흉풍과 살기를 막음)의 일환으로 갓비석과 장명등을 묘소의 앞쪽 중앙에 둠으로써 묘소를 향해 치는 세찬 바람을 막도록 했다. 묘역에 세운 문인석, 동자석, 망주석, 상석, 장대석 등은 조선시대 분묘의 석물 양식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좌측 망주석에 새긴 다람쥐는 위를 보고 우측 망주석에 새긴 다람쥐는 아래를 보고 있는데, 남자는 하늘을 뜻하고 여자는 땅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고, 좌측 다람쥐는 영혼(靈魂)이 묘소를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불을 켜러 올라가고 우측 다람쥐는 불을 끄고 내려온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 아무튼 망주석의 좌·우측에 새긴 다람쥐 머리 방향을 한남군 묘역처럼 제대로 된 위치에 두어야 한다.

    음택(무덤)이 길지(吉地)에 있어야 하듯 양택(집이나 집터) 또한 공기 맑고 지기(地氣·터의 기운)가 좋은 곳에 있어야 한다. 갈수록 미세먼지에 의해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전원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 버스·택시 정류장 인근이나 공업단지 근처에 살면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해 폐암 발생 위험이 많게는 두 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합천군 대병면 모처에 전원주택 부지를 감정하고 집안의 풍수설계를 한 적이 있었다. 전원에서 부지의 길흉을 감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산등성이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옛말에 ‘산무조악래(山無祖惡來·근본을 갖춘 산이 아니면 악함이 온다)’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부지는 금성산(592m)을 진산(眞山)으로 하여 좌우로 요동을 치면서 힘차게 내려오는 근본을 갖춘 산이며, 앞쪽의 합천호가 부지에 생기(生氣)를 북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좌청룡에서 냉(冷)하고 세찬 바람이 부지를 향해 불어와 생기를 흩트리기에 ‘조산비보(흙과 돌로 작은 산을 만들어 흉풍과 살기를 막음)’를 하도록 했다. 주택의 향(向·집의 앞쪽 방향)은 높고 험한 암석이 있는 산과 ‘규봉(窺峰·숨어서 엿보는 앞산)’을 피해 부귀공명을 뜻하는 동남향의 일자문성사(一字 형상의 산)를 택했다.

    부지의 용도는 주택도 좋지만 펜션, 식당, 암자, 기도원 등으로 사용하면 더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기실 의뢰인은 주택을 짓고 나서 펜션을 연이어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부지는 측정 결과, 물이 내려오고 돌이 있는 곳과 좋은 흙이 있는 곳으로 분류됐는데, 돌은 모서리가 그다지 없는 화강암으로 길석(吉石)이어서 ‘수경시설(분수, 호수, 인공폭포, 벽천, 생태연못)’로 활용하도록 했다. 부지에서 대문과 현관문 위치는 원활한 동선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 생기가 가장 왕성한 곳에 잡았다. 집 내부는 현관문 옆에 작은방과 화장실을 두게 했고, 안방은 가장 안쪽에 두도록 했으며 거실과 주방은 공기 순환이 잘 되게끔 마주 보도록 해 생기가 감돌도록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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