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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못난이-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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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선 외모도 스펙이다. 누구든 젊고 예뻐 보이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페이스펙(얼굴Face와 스펙Spec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소셜 미디어에도 ‘비주얼 쩌는’ 것투성이다. 카페나 식당도 맛보다 분위기가 먼저다. 시각적으로 멋지고 화려해야 먹히는 세상. ‘못난이’는 설 곳이 없다. 무시받거나 버려지거나. 어딜 가도 푸대접받기 일쑤였던 못난이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흠집 사과, 혹 난 토마토, 휜 오이, 찌그러진 파프리카. 이렇게 생긴 과일·채소는 진열대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폐기처분된다. 못생겼다는 이유다. 그런데 요즘엔 못난이 과채류가 인기다. 사는 이도 파는 이도 많아졌다. 못난이 과일을 구매하는 가구 수는 2014년 1.4%에서 2016년 4.6%로 늘었다. 못난이 과일·채소만 파는 쇼핑몰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 전용 판매대가 설치되고, 정기 배송 서비스도 한다. 일본에서는 못난이 채소로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패션계에선 못난이 바람이 더 뜨겁다. 일명 ‘어글리 패션(ugly fashion)’은 대놓고 못생겼다. 펑퍼짐한 아웃도어를 배바지처럼 끌어올린 양복바지에 집어넣거나, 통 큰 바지에 품 넓은 점퍼를 걸치고 둔탁한 운동화를 신는 식이다. 눈 뜨고는 못 봐줄 ‘아재 패션’을 패션계에선 ‘어글리 시크(추함ugly+세련됨chic)’라며 추켜세운다. 못생긴 운동화 ‘어글리 슈즈(ugly shoes)’도 핫 아이템이다. 투박한 고무밑창과 색의 촌스러운 배합이 특징. 생긴 건 비호감인데 찾는 이는 줄을 잇는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주력으로 내세울 정도로 ‘어글리’ 슈즈는 ‘러블리’ 아이템이 됐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음식 다큐 ‘어글리 딜리셔스(Ugly Delicious)’를 공개했다. 다큐의 주인공은 화면 잘 받는 보기 좋은 음식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한국계 미국인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은 말했다. “우리에게 진짜 소중하고 귀한 음식은 어글리하다”고. 늙고 못생겼다고 주눅 들 필요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법이니까.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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