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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혹시 나도 기분장애?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감정
양극성장애 증상과 치료

  • 기사입력 : 2018-04-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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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분장애는 기분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우며, 평균적인 범위를 넘어선 기분이 장시간 동안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과 기분이 들뜨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양극성장애가 기분장애에 속한다. 우울증과 양극성장애는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치료로 나아질 수 있는 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진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등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 중 22.2%만이 정신과 의사 등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5.3%에 비해 6.9% 증가한 수치지만, 미국 43.1%, 캐나다 46.5%, 호주 34.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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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 삶에 막대한 영향 끼칠 수 있어 = 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약 17%에 달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회복되지 않고, 평소 즐거웠던 일에도 흥미나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매일 2주 이상 지속된다. 대부분의 경우 에너지의 저하를 호소하며, 평소 할 수 있었던 일을 해내기 어렵고,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능률이 떨어지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동기가 저하된다. 우울한 기분과 더불어 불안감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약 80%의 환자들이 수면 장애를 경험한다. 특히 새벽에 일찍 깨거나 수면 중 자주 깨어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한다. 식욕 저하,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나 일부에서는 폭식을 하거나 체중이 증가되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은 생각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쳐 자신의 존재나 일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무가치감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죄책감과 같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중력의 저하도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특히 증상이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약 3분의 2의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에 대해 생각하며, 10~15%는 자살을 시도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5.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2.1명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의 약 60~70%가 심각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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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떴다, 우울했다 기분이 널뛰는 양극성장애… 우울증으로 오인해 진단 늦어 = 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양극성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약 1% 정도다. 양극성장애는 30대 후반에 호발하는 우울증과 달리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청소년, 중장년층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경조증, 우울하고 기력이 저하되는 우울증이 1주 이상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분 좋고 활력이 넘치는 경우 ‘들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들뜬 기분이 1주 이상 지속된다고 해서 무조건 조증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조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들뜨고 과민한 기분으로 인해 업무, 육아, 자기관리,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장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과도해지고, 잠을 평상시보다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고 에너지가 넘친다. 들뜨고 흥분된 기분이 무분별한 지출이나 투자로 이어져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 등 대인관계에서도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

    양극성장애 진단의 어려운 점은 약 70%의 양극성장애가 우울증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고 넘어가거나 일반적인 우울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발병에서 진단까지 평균 5~10년 정도가 소요된다. 양극성장애에서의 우울 증상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비전형적인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식욕이나 체중이 증가하고 수면이 과해지기도 한다. 또한 팔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받는 상황에 민감해지기도 한다.

    전체 유병기간 중 우울증이 나타나는 기간이 조증, 경조증 기간보다 월등히 길다. 이 긴 우울 기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생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양극성장애는 우울증보다 예후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의와의 상담이 가장 중요… 약물치료 등으로 증상 좋아질 수 있어 = 기분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있었는지, 현재까지의 경과와 과거 치료 반응은 어땠는지, 증상이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얼마나 지장을 끼치는지 면담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때 심리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내과적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기분장애의 치료 목표는 증상의 호전과 삶의 질 개선이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이며, 지지 정신치료(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약물치료는 질환에 따라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항불안제 등이 사용된다. 경우에 따라 광치료, 경두개자기자극법, 전기경련요법 등 비약물적 치료가 활용되기도 한다. 기분장애는 재발이 잦아 급성기의 심각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일정기간의 약물 유지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영아 교수는 “기분장애에 대해 잘 모르거나 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분장애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지속돼 삶의 질이 저하되거나, 심각한 경우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영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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