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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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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에 복이 없네.’ 우연히 만난 역술가가 말했다. 잠시 개명을 고민하다 바쁜 일상에 곧 잊혔다. 아마도 그때 심신이 편치 않은 상황이었다면 이름을 바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해 16만명이 대법원에 개명을 신청하고, 그중 95%가 새 이름을 얻는 시대다. 이름을 바꾼다고 다른 사람이 되진 않지만, 더 나은 삶을 희망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름의 본래 기능은 구별이다. 나를 타인과 분류하고, 나를 인지하게 한다. 그렇지만 실생활에서 이름의 기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작명이란 한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옷을 입혀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짓는 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평생 불릴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사전을 뒤지거나 작명소를 찾는 것도 그 이유다. 때로 우리는 소중한 이름값으로 수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름의 또 다른 의미는 명성이다. 예로부터 이름을 더럽히면 오명이라 하고, 칭찬과 자랑을 할 수 있게 되면 명예라고 했다. 이름값은 이러한 의미에서 유래한 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도 있다. 이름값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고유명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게를 사고 팔 때의 권리금도 이름값이고, 기업이나 단체의 가치에 대한 평가도 이름값이다.

    ▼요즘 대한항공의 이름값이 논란이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악할 만한 갑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한항공의 ‘대한’을 ‘한진’으로 바꿔야 한다는 글의 청원자 수가 10만명을 넘겼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한’이란 명칭을 못 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개명의 가능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이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한때 국내 항공기 브랜드 1위였던 항공사의 이름값이 지금 얼마나 곤두박질쳤는지 말이다. 실로 이름이란 짓기보다는 그 값을 지키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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