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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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브로커-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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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사건이 터졌다. 하필 그 핵심에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이라니. 충격과 함께 사건 추이는 도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로 촉망받는 정치인이다. 출마만 하면 도지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형 악재를 만나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 석연찮은 해명에다 보좌관의 부적절한 돈거래까지 나오면서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드루킹 스캔들’이라며 연일 특검 공세를 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파워블로거의 일탈로 규정하며 정국 타개에 부심하고 있다. 여야 공방과는 별개로 인터넷상의 여론조작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지금까지 수사내용을 보면 파워블로거 드루킹이 ‘매크로’라는 불법 프로그램으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수법이나 조직력에서 가히 ‘댓글 공장’이라 할 만하다. 디지털 정치브로커, 정치 거간꾼의 여론조작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례를 봐도 온라인 정치참여를 마냥 민주주의의 확장으로만 보기 어렵게 됐다. 블로거가 브로커로 변질해, 아니면 브로커가 블로거로 위장해 사이버 민주주의를 ‘사이비 민주주의’로 망쳐놓았다.

    한국은 온라인 뉴스 소비량이 매우 높은 나라다.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38개국을 대상으로 한 뉴스 미디어 만족도 보고서를 봐도 그렇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응답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 응답을 보면 50세 이상 45%, 30~49세 64%, 18~29세 73%였다. 50세 이상 비중은 미국의 30~40대 비중과 비슷할 정도다. 반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뉴스 미디어가 공정하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는다가 72%로 두 번째로 높았다. 요약하면 온라인 뉴스 소비 비중이 세계 으뜸이면서 정치뉴스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언론의 위기와 상통한다. ‘드루킹 사태’도 이런 현상과 맞물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파워블로거 갑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시사 분석 글로 명성을 쌓은 일부 파워블로거는 이를 토대로 정치권에 접근, 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대가를 요구한다. 인터넷 강국에 걸맞게 디지털 정치브로커가 암약한다는 얘기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는 여론몰이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본래 선거판에는 ‘꾼’들이 설친다. 조건 없는 지지자 행세를 하고는 당선되면 호가호위하고, 민원을 핑계로 개인청탁과 이권을 들이댄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1000개 이상 단 계정은 3000개 정도다. 인터넷 사용 인구의 0.006%가 댓글 흐름을 주도한다. 공직선거 등 정치분야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사실들이 왜곡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근거는 빈약하고 논리 비약이 심한 경우가 많다. 건강한 토론이라기보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여론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일부 파워블로그의 폐해는 이미 경험했다. ‘파워’라는 단어에서 그 음침한 권력의 냄새를 맡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어느 순간 ‘괴물’을 키워 왔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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